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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 조지아의 와인





Prologue

우리들에게 조지아란 나라는 낯선 나라이다. 지난날 우리와 아무런 역사적 연결고리가 없었다. 유라시아(Eurasia)의 코카서스 산발치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나라의 입지는 우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한 곳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조지아가 구 소련 연방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 연방이 해체되고, 그 이듬해 우리와 외교관계가 수립되면서 비로소 왕래가 이루어졌다. 불과 20여년의 세월이어서 서로가 친교 하기에는 너무 짧은 세월이다. 그러다 2008년 이 나라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전쟁을 치뤄야했다. 이로 인해 국력과 자원이 한결 고갈되면서 피폐한 경제적 활로를 찾은 것이 바로 와인 산업이다. 조지아는 와인과 연계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나라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와인을 빚은 나라가 바로 조지아로 지목되고 있어 그러하다. 조지아를 가리켜 ‘와인의 요람(Cradel of Wines)’ 또는 ‘와인의 탄생지(Birth place of Wine)’로 일컫는다.


2017년 11월 13일자 BBC 뉴스에서 ‘조지아의 항아리에서 8,000년이나 된 와인’

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유라시아 선사시대 발효된 음료와 약이 고고학 탐사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Jounal of Archaeological Method and Theory, Elisa Guerra, 2004)


조지아 공항에 입국할 때 아주 색다른 경험을 가졌다. 입국 신고를 마치자 그 자리에서 와인 한 병을 건네받았다. 처음 겪는 일이어서 약간은 당황했다. 와인의 요람지인 조지아의 이미지를 세계의 모든 이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조지아 입국을 환영합니다. 이 나라는 세상에 와인을 가져다주어 와인의 요람으로 불리는 그러한 나라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8,000년의 역사를 지니고 흐트러지지 않은 와인 양조의 숨은 비밀을 찾아보시고 조지아 특유의 와인 맛을 즐기고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012년 10월 24일 트빌리시 국제공항 입국 시 모든 입국자들에게 나누어준 와인 병의 표면에 적힌 사연이다.



국세(國勢)와 역사

조지아는 북위 41°~43', 동경 44°~47'에 입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잇는 교차로에 있다. 그리고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코카서스 산맥(Caucasus Mts.)의 발치에 자리 잡고 있다. 서쪽에서 동남으로 치닫는 이 산맥에는 숱한 거봉들이 흰 눈을 이고 있다. 이 가운데 조지아 쪽에 있는 Shkhara(5,203m)가 이 나라에서 최고봉이다. 눈 녹은 물이 흘러 남으로 흘러 인류 문명의 시작과 와인의 요람을 가져다준 것이다.


조지아의 국토는 코카서스 산맥과 직접 연계되고 있다. 서쪽의 북해에서 코카서스 산맥으로 연계되고 이 산 발치에서 동남으로 조지아의 역사, 문화, 와인의 중심권역인 카케티(Kakheti)와 카르틀리(Kartli)가 형성된다. 조지아 국토의 1/3 이상은 모두 코카스 산맥의 발치에 펼쳐져 있다. 달리 이야기 하지면  이 나라 국토의 북쪽은 흰 눈을 이고 있고 코카서스 산맥이 남으로 내려오면서 국토의 중심부인 저지대와 북해 연안에 미네랄의 풍부한 해안 지역을 이루고 있다.


BC 4세기경 조지아는 군소 왕국들을 통합해 비로소 통일된국가의 모습을 갖춘다. AD 337년 국왕 마리안 3세(King MarianⅢ)가 주변의 이슬람 종교와 무관하게 기독교를 국가 종교로 받아들인다. 11세기 바그라티오니 왕조(Bagrationi)가 조지아 제후의 통합을 이끌어냈다. 12세기에 이르러 이 나라 역사상 위대한 군주 다비드 4세(David Ⅳ, 1089~1125)가 출현해 이른바 조지아의 황금 시기를 열게 된다.


이 기간 예술, 문학,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록될 자취를 보인다. 특히 다비드의 증손녀인 타마르(Thamar, 1160~1213)는 29년간 장기 집권을한 여제로서 조지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로 일컬어진다. 1918년 조지아는 러시아 제국에서 벗어난 독립국가를 선포하나 1922년 붉은군대에 의해 소련에 병합된다. 당시 소련의 최고 통치자는 바로 조지아 출신인 스탈린이었다. 1991년 소련 블록의 해체와 더불어 독립을 성취하고 오늘날의 서방세계 지향의 스탠스를 보였다.



와인의 요람

와인의 기원에 대해 코카서스 지역의 조지아가 이의 요람지라 하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2006 ~2007년)이 가다크릴리 고라(Godachaili Gora) 주거지에서 있었다. 이곳에서 신석기시대의 포도 씨앗과 진흙 항아리가 출토된 바있다. 특히 이 항아리에서 포도주스의 물질인 주석산(tartatic acid)의 침전물이 배어 있음을 확인했다. 2015년 조지아 국립박물관과 캐나다 Toronto 대학이 공동으로 Neolithic 주거지 발굴에서 새로이 크베브리 양조가 진행되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1850~1880년대, 이 나라에도 유럽을 강타한 포도의 역질인 필록세라로 인해 포도밭이 황폐화된 바 있다. 해서 미국의 이사벨라(Isabella)가 새로운 품종으로 등장했다. 1929년, 러시아 지배하에서 와인산업은 Samtrest(소비에트 알코올 전매 기구)에 의해 통제되었다. 1993~1997년, 조지아의 와인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으나 2008년, 러시아의 영토 분쟁 이후 종전 러시아에서 소비되었던 와인이 전면 수출 중단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베브리 양조

조지아 와인의 특징은 오랜 전통의 양조 방식을 오늘날에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크베브리 양조 방식이다. 이는 BC 6세기경에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크베브리는 조지아가 내세우는 자국 문화적 유산으로 독특한 와인 양조 방식을 긴 세월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화적 연명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적 크베브리의 양조법도 계란형의 진흙으로 빚은 항아리를 땅에 묻어 포도를 송이째 넣고 자연 발효를 갖는 일이다. 크베브리의 규모는 100l에서 3,500l의 대형이 있다. 1,000~1,200l가 일반적이다. 한 가지 특기할 일은 이 크베브리에 의한 와인을 정부에서 설정한 와인 계층 가운데 ‘Protected Georaphical Indication(IGP)’의 카테고리에 넣고 있다는 점이다. 크베브리는 집안 어느 곳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지아의 가족 경영의 와인 양조장에서는 ‘마라니(Marani)’라는 곳을 정해두고 있다. 바로 ‘Wine Cellar’이다. 양조독을 붇는 것은 독의 입구 테가 땅에서 약간 높은 높이로 노출되고 그 나머지는 완전히 땅속에 묻힌다. 이 양조법은 옛 것을 그대로 잇고 있다.




와인의 실태와 계층

2022년 통계(OIV)에 의할 때 조지아의 와인 생산량은 2,100,000hl, 포도 경작면적은 55,100ha이다. 조지아는 EU의 회원국이 아니지만 자국의 와인 계층(카테고리)을 EU의 것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해서 최상의 와인 계층은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이다. 현재 24개의 PDO 와인 산지가 등록되어 있다. 달리 이야기하면 AOC 카테고리이기도 하다.


두 번째 카테고리는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이다. 크베브리에 의한 와인이 이 계층을 받고 있다. 조지아의 와인 산지는 기본적으로 PDO(AOC) 와인 산지에 국한하고 있다. 24개의 PDO 산지가 등록되어 있다. 이들 PDO 산지가 입지하고 있는 지역(region)을 살펴보면 동부지방에 카케티(Kakheti), 중부지방에 카르틀리(Kartli), 서부지방에 라차(Racha), 삼메그렐로(Samegrelo), 임메르티(Imereti) 그리고 레쿠미(Lechkhumi) 등지가 있다.


포도의 종

기본적으로 조지아의 포도종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토착종으로서 주로 코카서스 산 아래 주변에 자라는 야생 포도종 가운데 와인 생산에 쓰이는 한정된 종이다. 현재 27개 종이 경작 중이고 16개 종이 이 나라의 특별한 와인을 빚는데 쓰인다. 다른 하나는 국제적 포도종으로 일컬어지는 비티스 비니페라 종이다. 현재 경작되고 있는 포도종에는 까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알리고떼, 뮈스까, 까베르네 프랑, 말벡, 삐노 누아, 메를로, 시라, 리슬링 등이다. 조지아 와인 양조에 쓰이는 토착종 가운데 가장 질 좋은 것에 화이트의 르카트시텔리, 엠츠바네, 카쿠리, 치누리(Chinuri), 히흐비(Khikhvi) 등이 있다. 이에 비해 레드 와인의 중심되는 토착 품종은 단연 사페라비이다. 이의 경작이 널리 이루어지는 곳도 카케티 산지이다. 탄닌이 풍부해 장기 숙성에 적합하며 질 좋은 와인을 내는데 유익하다.



수도원의 와인

아주 흥미 있는 와인 체험을 가졌다. 바로 수도원에서 가진 와인 테이스팅이다. 당초 6세기에 지어지고 11세기에 증축된 지금의 알바베르디 수도원에서 신부 제라시메(Father Gerasime)와 함께 와인 시음을 가졌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양조하면서 수도사들의 고된 육체노동이 뒤따랐다. 이러한 맥락에서 알바베르디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빚은 와인을 시음한 것이다. 모두가 카케티 지방에서 나는 포도로 빚은 와인들이었다. 한때 이 수도원은 조지아 왕실의 셀러 역할을하기도 했다. 알바베르디 수도원은 장중한 모습을 지니고(50m 높이) 주변에 넓은 포도밭을 두고 있다. 수도원에 들어서자 본당 뒤쪽에 포도밭이 있고 입구 통로에는 아무렇게나 돌 벽돌, 계단 등이 흩어져 있다. 12세기 몽고군이 침입해 수도원의 와인셀러를 망가트려 놓은 흔적이라고 했다. 수부타이가 이끈 몽고군의 흔적을 오늘날까지 남겨놓고 있다. 우선 와인 셀러로 안내 되었다.


정갈한 셀러에는 이 나라 특유의 크베브리 양조법, 즉 큼직한 질그릇 항아리(토기)를 땅에 묻고 포도송이를 그대로 담가 자연 발효를 통해 순수한 와인을 얻는 방법이다. 항아리들이 입구 주변 테를 남기고 몸통을 땅속에 묻어두고 있다. 와인이 빚어지면 제라시메 신부가 직접 와인의 질 상태를 점검한다. 한쪽 테이블에 시음할 와인들이 준비되어 있다.



시음을 해보았다. 전반적으로 와인은 수작(秀作)으로 여겨졌다. 질그릇 항아리 속에서 자연 발효를 통해 얻은 와인은 특이한 아로마와 유쾌한 산미(acid)를 보이고 있다. 농밀한 질감, 튼실한 구조감이 함께 다가선다. 이 나라 최상의 명산지인 카케티 지방의 와인들을 심도 있게 마셔 본 셈이다. 바깥에 나서자 저 멀리 코카서스의 준봉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제 추수를 막 끝낸 포도나무에는 아직 노랑 잎들이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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