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와인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CU와 작가 킬드런의 협업으로 탄생한 ‘더 뮤즈 마일스 데이비스’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예술과 음악이 결합된 이 프로젝트는 프리미엄 와인의 대중화라는 익숙한 담론을 넘어, 와인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한다. 병을 여는 순간, 라벨 속 초상과 함께 재즈가 흐르고, 감각은 미각에서 시각과 청각으로 확장된다. ‘컬처 와인’이라 불리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한나 사진 및 자료 제공 국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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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예술과 음악을 만날 때

와인은 오랫동안 ‘맛’으로만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는 잔 안의 와인만큼이나 그 주변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맥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와인의 맛뿐만 아니라, 언제 마시고 어떤 분위기와 감각을 함께 경험하느냐다. CU가 기획한 ‘더 뮤즈’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위에서 출발한다. 그 첫 번째 에디션인 ‘더 뮤즈 마일스 데이비스’의 핵심은 단순한 라벨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와인을 예술과 음악의 매개체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킬드런은 스스로의 작업을 ‘비주얼 뮤직’이라 정의해온 작가인 만큼 음악에서 받은 감각을 색과 터치로 표현해왔고,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와인을 먼저 시음한 뒤, 그 맛에서 떠오른 음악적 이미지를 회화로 풀어냈다.

 

이 와인은 설명을 읽는 대신, 먼저 재즈를 재생하도록 설계됐다. 작가가 떠올린 인물은 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였다. 전통 위에서 끊임없이 형식을 해체하고,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 그의 음악은 이번 와인과 묘하게 닮아 있다. 병 하단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킬드런이 직접 큐레이션한 마일스 데이비스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된다. 이 와인은 한 모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병을 여는 순간부터 이미지를 보고 음악을 듣는 시간까지가 하나의 세션이 되고, 소비자는 오감으로 와인을 감상한다.

 

 

가장 일상적인 곳에서 만나는 프리미엄 와인

문화적 서사만으로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더 뮤즈 마일스 데이비스’는 프랑스 보르도 우안의 핵심 산지인 쌩 떼밀리옹 그랑 크뤼 AOP에서 생산된 2016년 빈티지 와인이다. 이 해는 균형과 깊이, 숙성 잠재력 측면에서 보르도의 ‘황금 빈티지’로 평가받아 왔다. 실키한 탄닌과 산뜻한 산미, 블랙베리와 체리, 넛맥과 유칼립투스의 아로마가 균형 잡힌 구조를 이룬다. 원액의 30%를 오크통에서 18개월간 숙성한 점 역시 이 가격대에서 이례적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조건을 갖춘 와인이 합리적인 가격대에 CU라는 가장 친근한 유통 채널을 통해 선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가격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프리미엄을 경험하는 방식과 접점을 새롭게 구성한 사다. CU의 데이터에 따르면 겨울철은 연중 와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시기다. 연말연시의 홈파티, 감성 소비, 취향을 반영한 선물 수요까지 고려하면, 이 프로젝트의 타이밍 역시 맞아떨어진다. ‘더 뮤즈 마일스 데이비스’는 두 가지 물음을 동시에 던진다. 와인은 어디까지 문화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편의점은 어디까지 큐레이션할 수 있는가. 이 와인은 그 답을 서둘러 제시하는 대신 병을 비우고 음악이 끝난 뒤에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수입사 국순당 02-513-8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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