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반이 지났다. 항상 와인 리뷰의 의뢰로 글을 써야 하는 시점은 6월 중순 혹은 해당 연도의 12월 중순이다. 문제는 집계된 통계가 5월 혹은 11월이며, 정식 통계는 그 다음달 15일에 마감된다는 것이다. 잡지는 인쇄 일정이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완성해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체감 되는 정보의 간극은 1달을 훌쩍 넘어버리게 된다. 이런 시간의 간격은 글을 쓸 때 부담이 되며 조심스러운 면이 더 많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독자들에게 시장에 대한 현황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도와야 하므로, 조심스럽게 통계 데이터를 보강하고 글을 쓴다.
(유의사항) 관세청의 공식 통계는 2025년 1월~5월까지의 자료를 기준으로 한다. 6월의 자료는 2025년 5월과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산입하여 추정치로 상반기를 결산한다. 통계상의 오차는 칼럼을 쓰는 시기로 인해 독자들의 너른 양해를 구한다.
글·사진 및 자료 제공 정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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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정리
2025년 상반기는 중량 기준 235,294헥토리터, 금액으로는 199,804천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과 동일 기간 대비해서 물량은 8.6% 증가하였고 금액은 -7.0% 감소하였다.(그림 1 참조) 물량 기준으로는 2022년~2024년 모두 전년 대비 각각 -12.9%, -16.9%, -19.8% 감소하였으나, 2025년은 처음으로 물량 기준으로 증가 하였다.(그림 2 참조) 그러나 금액 부문에 있어서는 2022년 전년 대비 소액 증가했을 뿐, 2023년~2025년 상반기 기준 모두 전년 대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2025년 상반기는 물량이 늘었음에도 금액은 상당한 수준의 감소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난다.
연차별 상반기 금액, 물량 추세
연차별 상반기 금액, 물량 증감량 추세
물량 기준에서는 회복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으나, 금액 기준에서는 여전히 많이 줄어든 상태로 나타난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20년 기준으로 본다면 2020년 상반기 수입 금액이 131,184천 달러로 그 사이 수입 금액은 상당 부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수입 물가가 상당 부분 인상된 것을 고려한다면, 물량 기준으로 시장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가별 점유율을 보게 되면 2025년 시장 초기 예상과 같이 칠레가 다시 시장 지배력을 회복하였다. 물량 기준으로는 24.79%로 1위를 차지하여 프랑스 17.47%를 7% 이상 따돌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순서로 물량의 순위가 나타나고 있으나, 미국이 상대적으로 부진하여 시장 점유율이 8.06%까지 떨어졌다.
2025년 상반기 국가별 중량, 금액 순위
반면 뉴질랜드는 물량 기준 시장 점유율 11.56%로써 스페인의 시장 점유율까지 위협하고 있다.(표 1 참조) 물량 기준으로는 칠레가 압도적이지만, 금액에 있어서는 프랑스의 우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특히 금액 면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3개국의 시장 지배력이 여전히 압도적이어서 3개 국가의 시장 점유율은 합계 64.13%다. 다만 2024년 기준 3개 국가의 시장 점유율은 69.02%로써, 칠레 와인이 시장에서 물량을 회복이 3개 국가의 점유율을 낮추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뉴질랜드의 수입 증가는 이러한 현상에 더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본다.
최근 5년간 분기별 물량, 금액 수입 추세
분기별로 고려한다면 물량 기준 2024년 1분기의 최악 상황은 넘긴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25년 1분기는 통관 금액이 96.621천 달러로 2021년 이후 분기 기준 처음 1억 달러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2분기가 다시 1억 달러 수준으로 회복하였으나 여전히 2021년 이후의 상황을 기준으로 볼 때 2023년 4분기, 2024년 1분기 수준으로 최근 5년 기준 최저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유형별 연도별 시장 점유율 추세
종류별로 볼 때에는 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다. 사상 처음으로 레드 와인의 비율이 55% 아래로 떨어졌다.(그림 4 참조) 지금까지 레드 와인의 시장 내 비중은 지금까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2023년과 2024년 60% 근방에서 머물렀던 레드 와인의 비율은 2025년 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에 반대급부로 화이트 와인의 비율은 33%까지 높아졌다. 스파클링 와인 역시 2022년부터 계속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이 10% 이상의 물량을 보여주는 것은 2013년 이후로써, 2017년 최대 15.31%를 기록한 뒤, 2021년 8.88%를 제외하고는 스파클링 와인이 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금액 면에서는 더 극적인 변화가 보인다. 레드 와인의 금액 점유율은 2025년 상반기 기준 51.5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화이트 와인의 점유율은 26.82%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화이트 와인의 금액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은 것이 작년인데 불과 2년 사이에 그 비중이 급속히 높아졌다. 스파클링 와인의 금액 점유율은 2023년 21.69%를 최고점으로 2025년 현재는 19.34%로 떨어졌다. 스파클링 와인의 금액 시장 점유율은 2010년대 들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였으며, 계속 1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 6월은 2025년 5월 값과 동일하다는 기준으로 집계
이러한 내용들을 살펴볼 때 시장의 상황은 현재까지도 매우 좋지 않으며, 회복의 기미도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아야 할까?
첫째, 소비 침체다.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는 국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은 와인 시장 회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입사들은 당장 자금 회전을 시키기 위해서 고가 와인에 대한 통관을 최소화하고 당장 팔릴 수 있는 물량 위주로 수입하고 유통시켰다.
둘째,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확실한 고급이 아닌 준 고급 와인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으로 외부 모임이 줄어들어 식당 등 외식업 분야의 경기가 침체국면에 있었고, 이에 따라 모임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중고가 와인들의 소비나 시장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다.
셋째, 뉴질랜드 와인 등 가벼운 와인의 선호 추세가 시장 수입 구조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시장 패턴은 특이한 형태를 보여주는데, 물량은 늘었지만 금액은 줄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병당 단가가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병당 단가가 줄었다는 것은 두 가지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소비자들이 저가 와인을 선호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 소비 주류로써 와인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는 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과거에 데일리 와인이 일부 와인 애호가들에만 머물던 개념이라면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이 소주나 맥주 같이 일상 소비 주류로써 와인을 대하고 있는 단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기와 같은 상황을 종합한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와인 병 당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수입사나 유통 관계자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다. 단가는 내려가고 물량이 많기에 유통 비용은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6병 들이 와인 1박스를 거래처에 배송하는데 물류비용이 5천 원이 든다고 가정해보자. 10만 원어치 와인을 보낼 때와 20만 원어치 와인을 보낼 때는 그 비용이 차이가 날 것이다. 창고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회전율은 빠를 수 있으나, 저가 와인은 단가 대비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입사들에게는 이를 관리하는 인건비, 운송비, 관리비 혹은 용역비 등이 증가한다.
시장에서 7% 가까이 금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시장의 관점에서 좋은 소식이 아니다. 특히 고가 와인은 매우 제한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비율이 적기 때문에 초고가 와인의 거래가 늘어난다고 하여 시장에 극적인 수치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서 시장이 성장하고 커졌기 때문에 어느 한 품목의 매출이 급속히 늘어난다 한들 영향은 제한적이다.
2025년 상반기의 시장 현황은 종합하여 살펴볼 때 침체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일부 시장 징후가 개선될 부분(물량)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있는 레드 와인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금액이 줄어든 상태에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 존재하는 경쟁자가 늘어난 상태에서 금액은 줄어들었기 때문에 통계상으로 보이지 않는 수입업체들의 경영 여건은 매우 어려워졌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2025년 하반기 예상
2025년 하반기도 전망이 밝지 않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고는 하나, 시장이 회복하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다. 당초 전망으로는 2025년 상반기에 바닥을 보인 뒤,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물량에서는 회복하고 있으나 시장의 체감 경기는 이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총 금액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점, 그리고 칠레나 뉴질랜드처럼 바로 유통될 수 있는 와인들이 많이 수입되었다는 것에서 살펴볼 수 있다. 중고가 와인의 매출이 늘어날 경우 물량이 정체되더라도 금액이 증가하는데, 지금은 그러한 현상이 사라졌다. 수입사별로 최소 유통물량 수준으로만 발주하고 현상 유지 혹은 버티기 물량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반기는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레드의 약세
이미 금액 기준으로는 50% 가까이까지 떨어진 레드 와인은 시장에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레드 와인은 지금까지 남성성의 상징, 고기 요리나 스테이크 등 특별한 날의 특별한 자리에 필요로 한 와인이라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 트렌드는 여성 취향, 가볍게 즐기기 좋은 주류로 와인이 간주되고 있다. 대중화가 될수록 소비자들은 묵직한 주류보다 좀 더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류에 소비 성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레드 와인은 한 번 열면 다 마셔야 한다는 대중적인 인식과 함께 고기 요리나 특별한 자리에 함께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리보다는 특별한 자리에 가져가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준고급 와인 시장의 어려움
특별한 자리에 레드 와인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은 준고급와인 시장에 영향을 준다. 준고급 와인 시장은 아직까지 레드가 주력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등급이라 하더라도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에 비해서 단가가 좀 더 비싼 경향을 보여준다. 이 준고급 와인 시장은 가정 내에서 소비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기업들의 접대나 디너 자리에서 많이 소비가 된다. 당연히 외식 업황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외식 경기가 아직까지 제대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준고급 와인 시장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는 5~10만 원 수준의 와인, 업장 기준에서도 7~15만 원 수준의 와인은 매출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업종의 경기와 밀접하게 연계 되기에 이 부문의 시장 상황은 경기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것이다.
여전한 뉴질랜드 강세
뉴질랜드의 시장 입지는 상당하다. 금액 비중은 전체 5위에 불과하지만, 10년 전 시장 점유율이 2%대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시장 점유율이 미미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뉴질랜드 와인의 약진은 대단하다. 물량 면에서도 현재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국가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다만 뉴질랜드 와인의 경우에도 시장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는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떨어 지며, 병당 단가가 칠레 수준으로 내리기에도 어려운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뉴질랜드 와인이 현재 확장, 성장 기조에 있음은 분명하나 빠른 시일 내에 성장 한계점에 봉착할 것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취향도 빠르게 변화하기에 뉴질랜드 와인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언제 빠르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험상 명확한 것은 빠르게 높아진 관심은 식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다. 너무 빠른 물량/금액 증가를 경계해야 할 시기가 2025년 하반기라 생각한다.
와인 대중화의 뚜렷한 징후
뉴질랜드와 칠레 와인의 수입이 많이 증가한 것은 병당 단가가 내려간 것에서 기인한다. 공급자 관점에서 유럽 쪽 와인들이 수에즈 운하 등의 문제로 인하여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칠레와 뉴질랜드가 좋은 대안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현상의 기저에는 와인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는 있으나, 20대부터 와인을 한두 번이라도 접촉한 이들은 30대 후반이 되어서 가정을 꾸리거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게 된다. 2010년대 초반에 와인을 접한 20대 후반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나이가 40대에 근접할 것이며, 대부분 와인에 대한 거부감은 덜할 것이다. 이 소비자들이 앞으로 와인의 주력 소비층이 될 것인데,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수월하게 와인을 고를 것이다. 현재는 그러한 소비 성향이 서서히 시장에 드러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경험성 소비의 강화
그렇다면 과거와 같은 특별한 날의 특별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앞으로는 이것이 특별한 날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이라는 관점으로 바뀔 것이라 예상된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즐길 수 있는 와인 시음회 등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강남의 모처에서 열린 뉴질랜드 와인 시음회가 성황리에 끝났던 것은 소비 자들의 경험성에 대한 추구가 여전히 강하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경험성의 소비 역시 주머니 사정에 기인한다. 소유할 수는 없어도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많이 처지고 있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관심을 나타내는 소버 큐리어스 경향 역시 이러한 경험성 소비(과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경험에 집중) 추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하반기도 이러한 소비 성향은 강화될 것이다. 와인 업계 입장에서는 이런 추세가 매출 증가로 이어 지지 않는다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에는 나쁜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개선되지 않는 수익성
병당 단가가 낮은 와인의 수입, 높아지는 인건비와 물류비용, 소비자들의 경험성을 중시하는 형태는 모두 다 수입업체나 유통 관련 기업, 종사자들에게 모두 나쁜 소식이다. 수익성은 나빠지는데 시간과 노력은 더 많이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력과 자본, 시간이 투입되어도 그 사이 이익이 부족하다면 시간이 갈수록 적자가 누적될 수도 있고, 전체적인 비즈니스 여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 구조의 변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 소비자 경향의 변화 는 전체적인 수익구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당분간 이 현상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좋은 전망은 적중하면 좋겠고, 나쁜 전망은 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와인 시장에 진입할 때 모든 이들은 멋진 와인 문화의 보급과 수익 창출이 모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팔리지 않으면 내가 마시면 된다는 일부 순진한 생각 등이 겹쳤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은 그 자체가 고통이고 피를 말리는 과정이다.(업종 구분 없다.) 기도하건대 이번 전망 중에서 시장이 회복하기 어렵다는 예측만은 꼭 틀리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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