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함께 보내는
경주에서의 완벽한 하루

늦가을의 막차를 타고, 홀로 경주에 다녀왔다. 버스를 3시간여 가량 타고 도착한 경주는 더 매력적인 장소들로 지친 몸을 맞아주었다. 경주를 방문할 예정인 독자에게 직접 다녀온 아름다운 두 공간을 소개한다.
글 임효진 사진 및 자료 제공 임효진, Unsplash, 각 샵/바

레이지선데이 Lazy Sunday
황리단길의 복잡한 메인 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또 골목으로 걷고 있을 때, 눈에 띈 곳이다. 휴가를 위해 온 경주지만, 이 아름다운 한옥 와인샵을 목격한 뒤로는 취재해야겠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2021년 5월 처음으로 문을 연 레이지선데이는 여행지에서 만난 와인으로 경주에서의 하루가 즐거워 질 수 있다는 모토로 샵을 운영 중이다. 김병규 사장님 역시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난 내추럴 와인으로 인해 행복한 기억과 더불어 와인 생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일반적인 주류 샵이나 마트에서는 레이블만 보고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르기가 어려워 방문을 망설이기도 한다. 사장님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와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컨셉으로 인테리어에 신경 썼다. 와인을 잘 모르고, 와인이 낯설더라도 들어와서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소망이 담겼다. 와인 포장 시에는 꽃을 달아주어 와인을 구매하는 과정이 한층 더 즐거워진다.
샵에는 사장님의 선호도가 높은 내추럴 와인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내추럴 와인에 대해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내추럴 와인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새롭게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관광지이다 보니 주로 20, 30대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와인이 친근하지 않은 분들도 많기 때문에 어려운 와인보다 와인에 대한 즐거움을 갖게 하는데 중점을 가지고 운영 중이다.
“레이지선데이에서 만난 와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경주가 더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Info.
Address 경북 경주시 손효자길 17
Tel 0507-1354-8186

바달밤고양이식당 Bar Lunar Cat
바달밤고양이식당을 방문하고자 마음먹은 건, 황리단길의 골목을 거닐다 우연히 가게를 발견한 순간이다. 어둑한 골목을 은은하게 빛내는 불빛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상호, 차분해 보이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17년 11월 경주 황리단길 조용한 골목에 문을 연 바달밤고양이식당은 와인, 칵테일, 위스키를 마시기 좋은 포근한 바이자 음식이 맛있는 비스트로이다. 유행하는 차가운 느낌보다는 따뜻한 노란색과 정적인 검은색으로 꾸며져 조용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준다. 칵테일을 처음 마시거나, 와인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편안한 가격에 요리와 주류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사장님의 철학과 진심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관광지에 위치한 식당에 방문하면, 평범한 맛과 비슷한 분위기 그리고 익숙한 감성에 실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달밤고양이식당의 김근섭 사장님은 '아 경주에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말이 나오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관광지에 있는 어느 식당이 아니라, 경주에 가야 방문할 수 있는 식당으로 인식되어 몇 년이 지나 다시 경주에 방문하여도 바달밤고양이식당에 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자 이 가게의 시작이다. 가게의 주인이자 셰프인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니 음식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실제로 이날 먹은 까르보나라 역시 플레이팅부터 맛, 향까지 모두 퀄리티가 좋아 매우 놀랐다. 바달밤고양이식당은 가성비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는데 파스타, 한우 채끝으로 만드는 정말 잘 구운 스테이크는 물론 가장 큰 크기의 아르헨티나 홍새우를 사용한 감바스, 신선한 메론을 사용한 하몽메론, 가볍게 먹기 좋은 감자튀김과 베이컨도 있어 식사는 물론 술과 함께 곁들일 안주로도 최고다. 바달밤고양이식당은 칵테일을 처음 마셔보고자 하는 사람이나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조용하고 차분한 경주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겐 최고의 비스트로이자 바 일 것이라고 자부한다.

“천년 넘게 이 땅을 지키고 있는 첨성대, 대릉원처럼 오래 이곳에 남아 바달밤고양이식당이라는 이름이 기억되고 '거기 아주 좋았는데'라는 생각이 나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만든 음식의 정성을 알고 신중하게 선택한 와인의 맛에 눈을 뜨는 곳이었으면 좋겠고,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음을 간직하는 따뜻하고 그리운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Info.
Address 경북 경주시 손효자길 12-1
Tel 070-7576-0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