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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패럴(Gary Farrell) 마스터 클래스





게리 패럴(Gary Farrell) 마스터 클래스 러시안 리버 밸리




7월 12일 SPC 컬리너리 아카데미 3층에서 진행된 게리 패럴(Gary Farrell)의 마스터클래스를 찾았다. 게리 패럴은 미국에서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 양조를 추구하는 와이너리다. 부르고뉴처럼 구획을 나누어서 구역별로 표현되는 차이를 존중하며 각각의 강점을 관리한다. 양조할 때도 미국 스타일보다 부르고뉴처럼 우아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뚜렷한 양조자이다. 마침 부르고뉴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안중민 소믈리에의 깊이 있는 설명으로 수준 있는 시음이 인상적이었던 행사였다. 안중민 소믈리에는 게리 패럴의 브랜드 엠버서더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들 간의 차이와 그 개성을 이해하는 현재의 방식은 ‘떼루아’이다. 자연이 부여한 땅과 그 땅을 가꾸어 온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유산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각자 떼루아라는 개념으로 반영시키는 것이다. 천혜의 토양과 기후 이외에, 게리 패럴이 현재 명성을 얻는 생산자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그의 배럴 프로그램을 포함한 주목할 만한 양조 스타일(Wine making style)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안 리버 밸리의 예측 가능한 기후

나파의 서쪽에 있는 마야카무스(Mayacamus)산맥을 넘으면, 해안 방향으로 소노마 카운티가 드러난다. 소노마 카운티는 시원한 바닷 바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며, 짙은 안개 지역 안에서도 기후가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기후와 토양의 다양성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소노마 카운티에서는 50가지 이상의 품종을 함께 경작하고 있다. 러시안 리버 밸리의 위치를 보면, 차가운 바람이 해안가에 놓여 있는 산과 산 사이를 통과하면서 만들어내는 에어컨 같은 환경에 위치한다. 이렇게 되면 일교차가 커지고, 저녁부터 생기는 안개는 러시안 리버 밸리의 포도들을 식혀주는 천혜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환경에 유리한 품종이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인데, 게리 패럴은 바로 이 두 품종에 집중하여 인정 받을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피노 누아의 섬세한 향기와 풍미를 보존하려면 시원한 환경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포도가 완전히 익어야 한다. 러시안 리버 밸리는 나파 최고의 생산자들도 프리미엄 피노 누아를 만들고 싶어서 모여드는 곳이다. 왜일까?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러시안 리버 밸리의 기후가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조한 낮의 뜨거움과 밤의 시원함으로 양질의 포도 생산에 이상적인 균형 잡힌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모든 환경의 출발은 해안에 시원한 안개를 강제적으로 불어넣는 태평양에서 비롯된다. 안개가 와이너리까지 도달하는 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태평양과 포도원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에 달려 있는데, 이곳 지도를 확대해 보면 소노마 코스트, 그린 밸리를 거처 러시안 리버 밸리에 이르는 시원한 바람 통로를 일직선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다. 러시한 리버 밸리의 환경을 이해하는 기본은, 캘리포니아의 여타 다른 지역보다 바람의 냉각 영향을 확실하게 더 받는 지역임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게리 패럴의 양조 특징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양조할 때, 높은 산미를 얻기 위해 일부러 낮은 당도 상태의 포도를 수확하는 것이 게리 패럴의 승부수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피노 누아의 경우, 섬세한 향기와 풍미를 위해서는 우선 잘 익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도와 풍미’의 균형 잡힌 표현을 위해서는 최적의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데 엄청난 신경을 써야만 한다. 이 뿐 아니다. 우아한 탄닌과 스파이시한 느낌을 위해 포도 송이 전체로 발효(Whole bunch fermentation)을 진행한다. 줄기까지 사용할 때 좋은 아로마와 탄닌이다. 안중민 소믈리에의 설명에 의하면, 탄닌의 측면에서는 덕을 볼 수 있는 반면 우려되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약간의 덜 익은 느낌(nuance végétale, Green nuance), 즉 마시기 좋지 않은 맛에 대한 우려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의 특징인 한낮의 충분한 햇빛과 더위 때문에 게리 패럴은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로 시음 중에 필자 역시 ‘그린 뉘앙스’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숙성 과정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은 오크통(500리터)과 더불어 달걀 모양 콘크리트(476gal)를 사용하는 것이다. Top Class Winery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인데, 바로 이 단계에서 Lees contact이 진행된다. 둥근 모양으로 중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내부 순환이 가능해져서, 침전된 죽은 효모(Lees)를 통한 질감과 복합미를 위해 저어주는 효과(Batônnage)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커피에 설탕을 넣을 때처럼, 설탕을 바닥에 가라앉도록 두지 않고 저어주는 이유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와인의 미네랄리티와 부드러운 질감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보르도에서도 요즘 많이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콘크리트는 입자가 오크 배럴보다 훨씬 촘촘하지만, 스테인레스와는 달리 여전히 미세하게 외부의 공기와 접촉되기 때문에 Lees aging에 아주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Russian River Selection Chardonnay 2018 / 러시안 리버 셀렉션 샤르도네











샤르도네를 시작으로 네 병의 게리 패럴의 시음이 시작되었다. 네 종의 와인 모두 현재 한국에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다. 게리 패럴의 브랜드 엠버서더인 안중민 소믈리에의 언급을 위주로 정리해 본다. 미국의 샤르도네가 보여주는 선명한 장점은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고급 와인을 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해가는 맛을 따라가야 하는데, 미국 와인은 보통 좋은 맛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더 쉽게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특징을 담으려는 게리 패럴의 노력으로 인해, 러시안 리버 셀렉션은 다분히 프랑스 와인의 특징을 따르고 있다. 즉, 처음에는 오크 숙성의 결과인 바닐라 향기가 지배적이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기면 꽤 다른 여운을 만나게 된다. 긴 여운의 끝에서 느껴지는 과실향을 느끼려면 이 와인의 시음 방법도 유럽의 방식이 어울린다고 했다. 이 와인이 보여주는 밝은 광택의 노란색은 와인의 산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안 리버 밸리에 위치한 게리 패럴의 주요 싱글 빈야드에서 얻은 포도로 만드는 샤르도네이다.








Olivet Lane Vineyard Chardonnay 2017 / 올리벳 레인 빈야드 샤르도네






미국에는 단일 포도밭의 포도로 양조하는 곳이 흔하지 않다. 단일 포도밭의 포도로만 만드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에서의 장점들을 모아 다채로운 향을 드러내고 구조감을 더해가는 좋은 기회를 잃을 위험성이 커진다. 그런데 게리 패럴은 올리벳 레인이라는 포도밭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단일 포도밭 와인에 기꺼이 도전했다. 올리벳 레인 포도밭은 고도가 낮은 곳에 위치하고 토양은 점토질이다. 조금 전 맛본 러시안 리버 셀렉션보다 와인이 진하다. 더 오키향이 강하고 너트 향기도 더 강하다. 안중민 소믈리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샤프란과 오리엔탈 스파이시 향이 더 깊다. 더 부르고뉴다운 와인이다. 맛이 섬세하다는 뜻이다. 게리 패럴의 베럴 프로그램(Barrel program)을 도입하여, 프렌치 오크를 사용하여 섬세한 풍미와 아로마를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달걀 모양 콘크리트(476gal)를 사용한 Lee Contact을 포함하여 오크 배럴에서 발효 후 9개월간 숙성 기간을 거쳐 병입 되었다. 병입 후엔 1년 8개월의 병 속 숙성 기간을 거친 후 출시되었다.




Russian River Selection Pinot Noir 2018 / 러시안 리버 셀렉션 피노 누아










피노 누아야말로 어디에서 누가 재배하느냐에 따라 정말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포도품종이다. 따라서 게리 패럴의 와인 메이커인 테레사 헤르디아(Theresa Heredia)가 추구하는 양조의 방향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녀는 각 포도밭 별 강점과 특성을 세분화하여 우아한 질감을 드러내고 맛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피노 누아도 일부러 낮은 당도 상태의 포도를 가지고 산도와 풍미를 맞추는 방법을 사용한다. 섬세한 포도 특성을 보존하기 위해, 10개월간 숙성할 때도 가볍게 토스트된 오크통을 사용하여 토스트 향을 의도적으로 줄인다. 병입 후 1년 3개월 병 속 숙성 기간을 거친 후 출하한다. 밝은 루비색을 띄며 좋은 과실의 아로마를 품고 있는 피노 누아이다. 오크향보다는 레드 커런트와 딸기향이 앞서 있다. 스월링을 통해 공기와 접촉을 늘여갈수록 후추과 감초향이 드러난다.






Hallberg Vineyard Pinot Noir 2017 / 홀버그 빈야드 피노누아









진행자가 가장 강조된 표현은 탄닌의 고급스러움이다. 고급스런 탄닌을 표현하기 위해, 수확한 포도의 20%는 잘 익은 줄기까지 포함하여 포도 송이 전체로 발효(Whole bunch fermentation)을 진행했다. 미국 와인이지만 프랑스 와인의 느낌이 물씬 난다. 첫번째 맛본 피노 누아와 비교했을 때 색깔이 더 짙다. 앞서 맛본 러시안 리버 셀렉션에 비해 오크 배럴에서의 숙성기간이 6개월이 더 긴 반면, 병입 후 숙성 기간은 3개월 더 짧다. 이런 기간을 정하는 사람이 와인 메이커이며, 이는 테레사 헤르디아가 홀버그 빈야드의 전반적인 떼루아의 특징과 강점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결정한 것이다. 안중민 소믈리에는 맛과 향의 개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을 포도 송이 전체 발효를 20% 사용했기 때문라고 봤다. 체리, 블랙 올리브, 유칼립투스의 향기가 다채로웠고, Earthness(젖은 돌이나 땅의 향기)는 강하지 않았다. 샤퀴트리, 타파스 등 가벼운 음식들과 함께 페어링하기에 아주 괜찮을 듯싶다.












네 잔을 맛보고

처음부터 진행자의 초점은 ‘프랑스 와인다운 미국 와인’이라는 데 있었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눈감고 게리 패럴을 마셔보면, 어렵지 않게 미국 와인이라는 예상도 가능할 것 같다. 나에게는 편한 바닐라 향이 샤르도네에서 느껴졌고, 거부감 없이 친해지려는 의도도 피노 누아에서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게리 패럴의 맛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며 맛있어 질 것 같다고 했다. 게리 패럴이 추구하는 것은 맛은 섬세하면서 풍부하고 맛있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섬세하고 풍부한 맛을 표현하는 것은 모든 고급 와인을 양조하려는 생산자들의 공통된 목적일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생산자마다의 치열한 노력이 만들어 내는 차이가 바로 와인의 개성이다. 게리 패럴은 러시안 리버 밸리의 쟁쟁한 생산자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어 낸,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와이너리다. 소비자가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게리 패럴의 개성은, 러시안 리버 밸리에서 누릴 수 있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고스란히 와인병 안에 담아 내기 위해 고비용 양조 기술을 풍성히 적용해서 만들어 낸 결과라고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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