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스페인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인식은 오랜 역사와 명확한 분류 체계, 그리고 이미 축적된 신뢰를 기반으로 한 리오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에 비해 후미야는 강렬한 태양과 농축된 과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 산지로 기억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후미야에서 가장 먼저 프리미엄 와인을 지향하고 이를 정면으로 이야기해 온 와이너리, 보데가스 카르첼로(Bodegas Carchelo)의 수출 총괄인 데이비드 페라(David Ferraje)가 방한해, 후미야 프리미엄 와인을 바라보는 카르첼로의 기준과 가능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정한나 사진 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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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야의 와인을 이야기할 때, 카르첼로가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힘이나 밀도가 아니다. 이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프리미엄은 어느 한가지를 내세워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각 요소가 제자리를 지키는 균형이다. 이 균형에 대한 집요한 기준이 있기에, 카르첼로 와인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넘어선, 맛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카르첼로의 헤리티지를 담은 와인

카르첼로 와인에서 흥미로운 점은 라벨링에 있어 스페인의 전통적인 숙성 등급 체계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스페인의 등급은 ‘시간’ 표시하는 기준일 뿐, 와인의 본질과 의도를 드러내지 못한다. 이러한 철학은 카르첼로 셀렉토(Carchelo Selecto)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셀렉토는 오크 숙성 18개월과 병 숙성 24개월을 거쳐 스페인 숙성 등급상으로는 레세르바로 표기될 수 있으나 라벨에는 크리안자로 표기된다.

 

병 숙성 후에도 추가적으로 7~8년의 추가 숙성을 거쳐 시장에 나왔을 때 바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단일 품종이나 싱글 빈야드가 개성을 직선적으로 드러낸다면, 셀렉토는 블렌딩을 통해 와이너리가 설정한 기준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후미야의 농축된 과실미와 카르첼로가 추구해온 균형의 미학을 현실적인 가격대에서 구현한 이 와인은, 프리미엄이 특정 조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켜온 기준의 결과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카르첼로의 자세

한편, 카르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비냐 마리스(Viña Maris)는 카르첼로의 이러한 열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와인이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시음에서 특별히 소개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수중 숙성을 시도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수출 총괄은 “기회가 왔고 우리는 단지 그 기회를 잡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가능성을 인식했을 때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었다.

 

이미 검증된 방식에 머무르기보다, 도전과 탐색, 그리고 그 이후의 발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카르첼로를 관통하는 정신과 열정을 보여준다.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태도. 어느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이 카르첼로가 프리미엄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단적인 예로 바닷속에서 숙성되는 와인들에는 종이 라벨이 부착되어 있지 않는데 이는 단순히 디자인적인 요소 일뿐만 아니라 라벨 부착에 사용되는 접착제로 인한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방한은 후미야가 프리미엄 산지가 될 수 있는지를 확인받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균형을 향한 집요한 선택, 작은 요소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세심함,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면서도 새로운 영역을 향해 확장해 온 행보를 돌아보면, 카르첼로는 이미 그 질문을 지나왔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제 남은 것은 후미야가 지닌 잠재력과 카르첼로가 세운 프리미엄의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 하는것이다. 이처럼, 카르첼로가 보여준 열정과 도전 정신은 후미야 와인의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하게 만든다.

 

 

수입사 하이트진로 02-3014-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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