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요르 광장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가 17세기 초에 쓴 소설 돈키호테(Don Quijote de la Mancha)는 스페인 문학의 정수이자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중 하나다. 고전 문학의 두께 때문에 감히 읽어보지 못했지만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중의 하나인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의 원작으로 꿈을 찾아 떠나는 돈키호테의 여행과 무조건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산초의 의리가 순수하면서 아름답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과 가족, 모험과 도전, 사명과 사랑을 담아낸 와인 도스 데 인판테스(Dos de Infantes)가 한국시장을 두드린다.
글 최정은 사진 MW Wines,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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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만차의 진주, 비야누에바 데 로스 인판테(Villanueva de los Infantes)
스페인의 까스띠야 라만차에 위치한 비야누에바 데 로스 인판테스는 라만차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과 돈키호테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문학적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스페인 문학계에서는 불멸의 명작 돈키호테에서 주인공 돈키호테가 긴 여정을 시작했고, 또 현실을 자각하고 다시 돌아와 마지막 숨을 거둔 마을이 이곳이라고 보고 있어 마을의 대표적인 광장인 마요르 광장에도 이 두 사람의 여정을 담은 조형물이 있다. 이뿐 아니라 스페인 최고의 문학가로 스페인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프란시스코 데 케베도(Francisco de Quevedo)가 세상을 떠난 장소로, 그의 유해가 2007년 이곳에 위치한, 성 안드레아 성당에서 발견되어 이 마을을 문학적인 성지로 여기고 있다.

라만차의 영혼을 담은 와인, 도스 데 인판테스
도스 데 인판테스는 바로 이 비야누에바 데 로스 인판테스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던 몬카요(Moncayo) 가문에서부터 시작된다. 1928년 이 지역에서 양을 치던 호세 몬카요는 장사에 재능을 발견하고 와인 판매를 시작한다. 이후 아들인 호세 몬카요 2세는 아버지를 따라 박람회 등지에서 와인을 판매했고 결국 라만차 곳곳에 레스토랑과 바를 열었다.
이후 호세 몬카요의 아들인 호세 몬카요 3세가 태어났다. 호세 3세는 가문의 와인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런던 유명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할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가졌고 스페인에 돌아와서는 와인 MBA를 했으며 현재까지도 15년 넘게 라만차 와인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수출하는 수출 담당자로 한국 시장과도 인연이 깊다. 그리고 호세 3세의 동생인 윌 몬카요 역시 런던과 아시아를 오가며 주요 와인 회사의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한 몸에 얻어 가족 프로젝트인 MW Wines Spain을 시작하며 도스 데 인판테스 와인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윌 몬카요는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처럼 역사와 유머 그리고 진실을 담은 와인으로, 순수하게 거만함 없이 삶을 나눌 수 있는 와인으로, 좋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고 라만차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풍미를 더한 도스 데 인판테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업이 아닌 사명
윌 몬카요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다양한 분야의 와인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홈타운이자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고 문화적으로 살아 있는 비야누에바 데 로스 인판테스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했다.
야망보다는 진실을 말하는 와인을 통해 스페인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포도 재배 원칙에 따라 생산한 포도를 1855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와이너리인 까사 델라 비냐에서 양조하고 병입한다. 현재까지는 두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도스 데 인판테스 틴토(쿠파주 파밀리아)
템프라니요, 시라,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하여 구조감과 깊이를 더한 우아하고 현대적인 와인이다. 지중해의 태양에 충실하면서도 균형과 절제를 통해 정제된 풍미를 자랑한다.
짙은 붉은색에, 잘 익은 과일의 향과 은은한 향신료 향이 코를 자극하고, 입에서는 마치 사각형 안의 도미노 테이블처럼 둥글둥글한 풍미가 느껴진다. 부드러운 탄닌과 길고 위험할 정도로 강렬한 여운이 특징이다. 타파스, 로스트, 치즈 등과 함께 마시거나, 시계 없이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에 완벽하다.

도스 데 인판테스 블랑코(쿠파주 파밀리아)
베르데호와 소비뇽 블랑을 블렌딩한 밝고 풍부한 화이트 와인이다. 순수함, 섬세함, 그리고 카스티야의 맑은 햇살을 연상시키는 이 와인은 화려함이 아닌 정직함을 담아낸다.
마치 광장에서 보낸 여름 오후처럼 밝고 상쾌하며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베르데호는 흰 과일 향과 군침 도는 허브 향이 지배적이며, 소비뇽 블랑은 적절한 산미와 풍부한 풍미를 더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코에서는 감귤, 흰 꽃, 그리고 은은한 멜론 향이 느껴진다. 입에 부드럽게 감기고,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며, 첫 잔을 비우기 전에 한 모금 더 마시고 싶어진다. 해산물, 생선, 샐러드 등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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