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길게 이어지는 황금 연휴는 여행과 미식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와인리뷰 5월호 특집에서는 와인 업계 주요 인사와 열정 가득한 애호가들의 추천을 통해, 이 계절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와 잘 어울리는 음식, 그리고 그에 맞는 와인을 소개한다. 지금, 와인 한 잔과 함께 떠나는 여정을 준비해보자.
글·정리 심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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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필
유튜브 ‘와인강’ 채널을 운영하며 와인과 자유를 사랑하는 일상을 나누고 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75만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와인 유튜버이자, 19년째 와인 업체를 운영중입니다. 현재 2025년 KWC 심사위원 의장으로 위촉되어 활약하고 있습니다.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 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저는 와인을 즐기기 때문에, 음주 운전을 피하려고 주로 조용한 주차장에서 스텔스 차박을 합니다. 지난 설날 연휴엔 충주의 수주팔봉 캠핑장에서 출렁 다리가 보이는 자갈 바닥 야영장에서 차박을 했어요. 이곳은 무료에 화장실도 깨끗해서 즉흥 여행에 딱이며, 위치상 친구들과 모이기에도 좋습니다.
WURM Riesling feinherb 2022
수입사 와인강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겨울의 여행이라 석화를 사서 구워 먹었고, 곁들인 와인은 바인굿 부름의 리슬링 파인헤릅이었습니다. 석화의 짭조름한 맛과 리슬링의 은은한 감미가 단맛이 어우러져 단짠 단짠의 감칠맛이 정말 좋았어요.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2025년부터 와인강 유튜브에 제철 향토 음식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시작했어요. 제철 음식의 건강함을 즐기기 위해 차박이나 캠핑도 함께하며 자연 속에서 촬영 중이에요. 회색 도시를 벗어나 푸르른 자연에서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이 시간이, 제겐 진짜 최고의 힐링이에요—즐겁게, 아님 말고~!
김웅
LG전자 생산기술원 책임연구원이자, LG그룹 와인 동호회 LG Wine Life 회장입니다. 기술과 와인이 어우러진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재작년에 동생과 다녀온 캐나다 밴쿠버는 자연과 액티비티를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UBC 인근 퍼시픽 스피리트 공원 산책, 딥 코브에서의 카약, 조프리 레이크 트레킹 등 멋진 명소가 많고 공기가 맑아 은하수도 보일 만큼 자연이 살아 있어서, 어디서든 감탄하게 되는 곳이에요.
EPIC CABERNET SAUVIGNON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은 UBC 교수님 댁에 초대받아 구워 먹은 가정식 연어 바베큐와 터키의 EPIC 와인이었어요. 교수님이 터키 출신이셔서, 동생이 운영하는 터키 데니즐리 와이너리에서 취급하는 프리미엄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라 더 특별했죠. 와인은 부드럽고 균형 잡혀 있어 누구나 맛있다고 느낄 수 있고, 터키 여행을 떠나면 현지에서 와인을 직접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거예요!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별건 아니지만, 해외에 나가면 항상 새로운 모험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여행해요. 특히 현지의 음식과 와인을 최대한 경험해보자는 게 제 여행 철학입니다.
박나은
국순당의 Wine Business Team / Assistant Brand Manager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올해 2월, 인생 첫 출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다녀왔습니다. 10년 전 가족여행 이후 처음이었지만, ‘출장’이라는 명분 덕분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가우디의 예술적 건축물과 거리마다 느껴지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인상 깊었고, 2026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완공을 맞이해 다시 방문할 계획입니다. 쇼핑에, 미식에, 예술까지 어우러진 진심으로 다시 찾고 싶은 도시였습니다.
JC Botella Essentia Pinot Noir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카탈루냐 광장 근처 El Nacional라는 타파스 바에서 맛본 바지락과 Juvé & Camps 와인이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한 알 뿐인 바지락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만큼 맛은 꽤 인상 깊었어요. 가벼운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로제 와인의 섬세한 맛, 상큼하고 실키한 텍스처가 참 좋았고요. 로제 카바는 처음 이었는데, 가벼운 해산물이랑 찰떡이라 ‘이건 꼭 한국에 들여와야 해!’ 싶었습니다.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네이버보단 구글, 블로그보단 현지인’, 현지인의 추천과 지역 와인으로 로컬의 진짜 맛을 느끼는 게 저만의 여행 방식입니다. 그 땅의 정서가 담긴 와인을 머금고 현지 음식을 함께 먹으면 “아, 내가 진짜 이곳에 있구나” 하는 느낌이 확 와요. 결국 와인이란 건 그 땅의 언어고 사람들의 생활이니까요. 여행이 끝나도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건 늘 그렇게 마셨던 작은 잔의 순간들입니다.
오동환
하이트진로의 브랜드 매니저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작년 신혼여행으로 찾았던 스페인 프리오랏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페인이 처음이었고, 친절하고 따뜻한 스페인 사람들의 환대에 감동했습니다. 화창할 줄만 알았던 6월의 날씨 속에서 비가 내리자, 마스 덴 질(Mas d’En Gil)의 오너인 마르타 로비라가 우리를 맞이하며 즐거운 목소리로 축하의 의미로 비가 온다고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르나차 품종으로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내는 부띠끄 와이너리들과 천년 넘은 세월 동안 굳건히 신에게 가는 계단을 지켜낸 수도원의 웅장함, 친절한 이들과 독특한 미식 문화가 있는 곳이기에 추천합니다.
Mas d’en Gil, Coma Calcari 2019
수입사 하이트진로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작년, 프리오랏의 BRICHS 레스토랑에서 마르타 씨와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맛본 가르나차 블랑카 100% 와인 ‘코마 칼카리’와 까딸루냐 장어 튀김, 도미 카르 파치오의 페어링이 인상 깊었습니다. 화사한 과실향의 코마 칼카리 2019는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연상시키는 매력을 지닌 와인이었습니다.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지역 와인샵을 찾아, 현지 특산 와인을 추천 받는 것이 저만의 루틴입니다. 지역 마켓을 방문해 치즈나 샤퀴테리 같은 간단한 안주와 함께 즐기거나 와이너리, 테이스팅 룸을 찾아가 현지의 맛을 직접 경험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상준
대한항공 와인 컨설턴트로, 하늘 위에서도 와인의 품격을 지켜가는 소믈리에 이상준입니다.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2024년 9월, 기내 와인 다큐멘터리 시리즈 제작을 위해 미국 나파 밸리를 방문했습니다. 특별히 우리 팀을 위해 다른 예약 없이 책임자와 와인메이커가 직접 제작에 참여 해주었고, 지역의 자연과 명소를 여유롭게 감상하며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 여행이었습니다.
Shafer Hillside Select Napa Valley
Stags Leap District 2013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Bistro Don Giovanni에서 즐긴 식사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Shafer Hillside Select Napa Valley Stags Leap District 2013 (6L 임페리얼) 와인은 컨디션이 탁월했고, 그릴에 구운 프라임 뉴욕 스테이크와 브레이 즈드 램 샹크 모두 굽기와 풍미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차콜의 훈연향과 와인이 멋지게 어우러졌고, 서로 다른 소스임에도 와인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인상적인 시너지를 보여주었습니다.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며 여행지의 풍경과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지 레스토랑이나 바에 들러 추천 받은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맑은 아침 공기 속에서의 와인 시음이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믿는 편 입니다.
이원경
와인 수입사 와이넬 마케팅 본부 3년차 이원경 대리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남프랑스 랑그독 지역을 방문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샤또 푸에슈오의 회장이자 오너인 제라르 브뤼의 초대로, 그가 거주하는 샤또 떼이롱 별장에서 와인과 식사를 함께하는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의 경험은 그 자체로 귀하고도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지금도 생각하면 군침이 도는 메뉴는 굵게 썰어낸 보따르가에 버터를 곁들여 구운 빵과 함께 즐긴 순간이었습니다. 보따르가를 그토록 넉넉하게 맛본 것은 처음이었고, 남프랑스의 기후와 분위기 속에서 더없이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메인으로는 가볍게 데친 새우에 스페인식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요리가 가장 인상 깊었고, 여기에 함께 서브된 아르갈리 로제 2023 빈티지는 그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새우의 단맛과 소스의 매콤함이 와인의 산뜻하고 크리스피한 풍미와 완벽하게 어우러졌습니다.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와인이 유명한 지역을 여행하게 되면, 그 나라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시는게 의식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현지에서 현지 와인을 마신다는 자체로 큰 즐거움이자 특별한 경험입니다. 국내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품종이나 스타일의 와인을 처음 맛보는 순간은 언제나 설렘 가득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정은
와인리뷰 전 편집장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이탈리아 체팔루는 아시아 여행객들 사이에선 아직 널리 알 려지지 않았지만,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을 간직한 보석 같은 곳입니다. 앤초비로 유명한 바다를 끼고 있어 대대로 어부의 삶을 이어온 이들이 많고, 앤초비 가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보다 더 인상 깊은 건 눈부신 바다 풍경입니다. 10월 중순에도 수영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고 시네마 천국과 인디아나 존스 등 영화 속 배경으로도 사랑받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도시였습니다.
Tornatore Etna Bianco
수입사 비노테크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체팔루 시내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 지역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넣은 딸리아뗄레와 ‘루쵸’라는 특산 생선 요리를 맛보았습니다. 소믈리에의 추천으로 곁들인 토르나토레 와이너리의 에트나 비앙코는 그날 식사의 풍미를 더욱 돋워주었죠. 이탈리아는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온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의 전통은 지금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새로운 빈티지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큽니다. 개성 넘치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들은 언제 마셔도 늘 새롭고 흥미로운 매력을 안겨줍니다.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여행지에 따라 마시는 와인도 달라집니다. 방문한 나라와 지역의 와인, 그리고 그곳의 음식을 먼저 골라 즐기는 것이 저만의 여행 루틴이죠.
최현태
세계일보 문화체육부 최현태기자입니다. WSET Level 3, FWS 등 다양한 와인 전문가 자격을 갖춰 세계 각국의 와이너리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와인 정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1. 최근 다녀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지금도 불을 내뿜는 활화산 이탈리아 시칠리아 에트나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하는 곳입니다. 사계절 아름답지만 겨울을 추천합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듯, 붉은 화산재로 덮여 있지만 겨울에는 풀 한 포기 없는 에트나가 정상까지 하얀 눈만 가득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2500m나 3000m까지 케이블카로 이동해 자유 트레킹을 할 수 있습니다.
Tornatore Valdemone Brut
2. 그 여행에서 맛본 음식 중 인상 깊었던 메뉴와 함께 즐기신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
팔레르모 구시가지 북부 메인도로 리베르타의 현지인 맛집 ‘치오스코. 쿠치나 앤 드링크(Chiosco. Cucina & Drink)’에서 만난 시칠리아 에트나 토착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로 빚은 전통방식 스파클링 와인 토르나토레 발데모네 브뤼(Tornatore Valdemne Brut)를 추천합니다. 새우 파스타를 추천합니다. 바다향 가득한 새우 파스타와 와인이 너무 잘 어울려 미소가 입꼬리에 걸리게 만듭니다. 에트나 화산재를 먹고 자라는 고대 레드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화산재가 선사하는 미네랄 한 방울이 더해져 매력을 완성합니다. 복숭아, 자몽, 사과 등 잘 익은 과일향과 오랜 병숙성이 선사하는 효모향이 갓 구운 빵 냄새로 표현됩니다.
3. 여행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루틴이나 작은 철학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여행은 맛으로 기억되기에, 와인 애호가라면 해외여행 중 와이너리 방문을 꼭 추천합니다. 여행지 주변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알찬 여행을 완성할 수 있고, 현지 와이너리 관계자에게 맛집을 추천받으면 숨겨진 진짜 맛집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 가고 싶은 지역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와인과 함께 현지의 맛을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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