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orea Wine Challenge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예년에 비해 화이트 와인의 출품 비율이 매우 높았다는 점인데, 국내외적으로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올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가장 크게 받았던 와인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참가한 화이트 와인들로 오스트리아의 와인들에 익숙하지 않았던 심사위원들도 예선 심사와 결선 심사 기간 동안 신중하게 심사하면서 전통과 역사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오스트리아 와인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최고 중의 최고 와인을 뽑는 트로피 심사에서는 20명의 심사위원들이 거의 만장 일치로 오스트리아 대표 품종인 그뤼너 벨트리너 와인을 트로피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했다. 이 외에도 베스트 오브 오스트리아를 수상한 리슬링은 물론 다양한 오스트리아의 토착 품종들에 더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내추럴 와인과 오렌지 와인 등이 골고루 좋은 성적을 차지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오스 트리아의 와인의 돌풍을 조용히 예고했다.
글 최정은 사진 및 자료 제공 AWMB, Wikipedia, 장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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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더외스터라이히에 위치한 캄프탈 지역(Kamptal, Niederösterreich) © Austrian Wine / WSNA
전통과 혁신을 두루 갖춘 오스트리아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은 한국 와인 시장에서 1% 미만의 낮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 연합의 일원으로 이미 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한 역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이다. 또한 최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 변화의 문제로 시원한 기후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들은 물론 밸런스가 뛰어난 레드 와인들도 생산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점점 더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나우 강을 따라 형성된 계곡과 테라스 형 지형에서 다채로운 떼루아의 영향을 받아 지역별 개성이 뚜렷하고 미네랄 리티가 높은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 특유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작은 가족 규모의 경영 방식 등에서 비롯된 바이오다이내믹이나 유기농법 등을 활용해 포도를 재배하는 것에 더해 이러한 취지에서 내추럴 와인 이나 오렌지 와인 등 혁신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뤼너 벨트리너 © Austrian Wine / Oberleithner
그뤼너 벨트리너, 오스트리아 와인의 정수
지역 및 카테고리 구분 없이 최고점을 받은 와인들을 모아 최고 중에 최고를 뽑는 트로피 심사는 심사를 준비하는 사무국 스태프들에게나 심사에 임하는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네 테이블에 각각 나눠 앉은 총 20명의 심사위원들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오스트리아 도크너 톰 와이너리의 리드 호흐쇼프 그뤼너 벨트리너 2022를 트로피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하는 순간 모두가 그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오스트리아 와인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이자 오스트리아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린 주인공이다.
도나우 강이 흐르는 오스트리아의 북동부에 위치한 니더외스터라이히(로워 오스트리아, Lower Austria)에 6 7 8 서 주로 생산되는 품종으로 가장 대표적인 캄프탈 (Kamptal) 지역이나 이번에 트로피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된 도크너 톰 와이너리가 위치한 트라인젠탈(Traisental) 등이 있다. 비교적 작은 지역에 해당 하지만 청동기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씨가 발견되어 고대부터 포도 재배 전통을 가지고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가볍고 산미가 강한 와인부터 장기 숙성이 가능한 싱글 빈야드 와인까지 다양한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품종이다. 특히 고급스러운 그뤼너 벨트리너는 뛰어난 산도와 복합성, 그리고 텍스처가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와인 생산자들은 스파이시하며 후추 향이 나거나 복숭아 같은 핵과류 향이 나는 와인들을 추구한다.
1. Zantho Trockenbeerenauslese Grüner Veltliner 2019
2. Dockner Tom Ried Hochschopf Grüner Veltliner 2022
3. Ott Bernhard Fass 4 Grüner Veltliner 2024
4. Bründlmayer Alte Reben Grüner Veltliner 2023
리슬링 © Austrian Wine / WSNA
오스트리아만의 색깔을 가진 리슬링
화이트의 왕이라 불리는 리슬링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품종이다. 그뤼너 벨트리너와 함께 도나우 강과 그 지류를 따라 풍화된 암석 토양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사실 재배하기에는 매우 까다로운 품종이다. 비교적 늦게 수확하는 품종으로 일반 드라이 와인에서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 아이스와인 등 다양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트로피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라블 와이너리의 리드 쉔켄비힐 알터 레벤 리슬링 2023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 오스트리아 와인 중 최고점을 획득하고 베스트 오브 오스트리아에 선정되었다.
리슬링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숙성 가능성이다. 영한 리슬링은 매력적인 과일 향과 풍미를 발산하며 숙성을 통해 복합적이고 우아한 와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니더외스터라이히 지역의 바카우, 크렘스탈, 캄프탈, 트라이젠탈 지역에서 생산되는 리슬링 와인들은 점판암이나 부싯돌을 연상시키는 미네랄리티를 지녀 오스트리아만의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준다.
5. Rabl Ried Schenkenbichl Alte Reben Riesling 2023
6. Gruber Röschitz Eiswein Riesling 2021
7. Dolle Peter Ried Gaisberg Riesling 2023
8. Weixelbaum Strass Riesling 2024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Vulkanland Steiermark) © Austrian Wine / Robert Herbst
아름다운 슈타이어마르크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시 그 라츠가 위치한 오스트리아 남부의 슈타이어마르크 는 오스트리아의 토착 품종들 보다는 모리용이라고도 불리는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품종이 우세하다. 오스트리아 전체에서 샤르도네가 20세기 말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슈타이어마르크에서는 이미 그 전부터 중요한 품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크 사용의 유무, 젖산 발효의 유무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게 나는 샤르도네 품종이지만 공통적으로 그 특유의 복합성은 석회암이 풍부한 떼루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석회암이 풍부한 슈타이어마르크나 부르겐란 트 등에서 잘 재배되고 있다.
19세기에 슈타이어마르크에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소비뇽 블랑은 199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오스트리아에서 재배 면적이 늘어난 품종이다.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 중 하나인 소비뇽 블랑은 특유의 부케를 가지고 있는데 포도가 적당히 익었을 때는 블랙 커런트나 구스베리 같은 열대 과일의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오크통에서 젖산 발효를 진행할 경우,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들이 생산된다. 아주 잘 익은 포도의 경우 진하고 스파이시한 와인이 생산된다. 특히 슈타이어마르크에서 생산되는 소비뇽 블랑 와인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도 무방하다.
9. Weinwurm Ried Schilling Hommage Chardonnay 2023
10. Tement Ried Zieregg Steilriegel Chardonnay 2021
11. Schlumberger Cuvée Klimt NV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Vulkanland Steiermark) © Austrian Wine / WSNA
와인 셀러에서 바이오다이내믹 준비물 © Austrian Wine / www.pov.at
혁신의 중심, 오렌지 와인과 내추럴 와인
레드 품종의 스킨 컨택을 통해 빛깔을 추출해 만드는 와인을 로제 와인이라고 한다면, 화이트 품종의 스킨 컨택을 통해 빛깔을 갖게 하는 와인들은 오렌지 와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차이가 있는데, 로제 와인은 짧은 침용과정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품종을 마치 레드 와인처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렌지 빛깔을 와인의 네 번째 컬러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렌지 와인이라는 용어는 2004년 영국의 와인 수입업자인 데이비드 하비(David A. Harvey)에 의해서 시작되었지만 사실상 와인 양조 기법은 와인의 기원이라는 조지아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생긴 역사적인 와인 양조 방식이라 하겠다.
오렌지 와인의 또 하나의 특징은 와인 생산시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 다는 것인데, 이 점에서 내추럴 와인들과 언뜻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같지는 않다.
오스트리아가 특히 내추럴 와인과 오렌지 와인에 강한 이유는 단지 세계적인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 통적으로 가족경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소규모 와인 경영 방식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유기농 인증 비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원래 오렌지 와인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조지아, 슬로베니아 등과 인접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스킨 컨택을 해야하는 오렌지 와인 양조의 특징상,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되는 산도가 높고 껍질이 두꺼운 그뤼너 벨트리너, 노이부르거 등의 품종들이 적합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12. Weinhof Waldschütz Skin Grüner Veltliner 2022
13. Monschein Weinhof Genius Grauburgunder 2022
14. Fidesser Rudolf Fidesser*Orbis Orange 2022
15. Buchmayer Thomas u. Maria Gelber Traminer Natural Tramin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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