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예술과 잇는 일에 꾸준히 앞장서고 있는 수입사 (주)와이넬의 제 11회 아트인더글라스 그랜드 테이스팅이 5월 16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아름다운 자연 속 제주신화월드 신화관 1층 라 벨라(LA VELA)에서 개최된다. 이번에는 특별히 제주를 대표하는 대세 화가 김산 작가와 콜라보, 제주만의 특별한 아름다움과 이탈리아 아브루쪼 와인의 조화가 돋보이는 그랜드 테이스팅을 준비했다. 행사에 맞춰 자연과 예술, 그리고 와인을 화폭에 담을 김산 작가를 미리 만나보았다.
글, 사진 최정은 자료 제공 김산 작가, 와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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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향(本鄕)> mixed media on canvas 72.7 x 90.9
죽음의 문턱에서 느낀 삶에 대한 염원, 백록 그리고 본향(本鄕)
2027년까지 전시가 빼곡히 잡혀 있는 대세 중의 대세 김산 작가. 김산 작가의 그림은 신비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울창한 숲 한 가운데서 태고적 신비함을 뿜어 내는 숲과 나무들을 마주하면 마치 그 숲속에서 대량의 산소를 들이 마시는 상쾌함과 묘한 치유력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내 작가의 화룡점정인 흰 사슴, 백록과 눈이 마주친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작가 개인의 경험과 영감의 원천이 되는 곳 제주.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증조부가 제주 4.3 사건의 직간접적인 피해자였으며, 당조모는 잠녀로 활동하며 바다의 공포를 감내했다. 그러나 제주와 그 사건들을 주로 담았던 김산 작가의 화풍을 완전히 바꿔 놓은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김산 작가의 화폭에는 태고적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푸른 숲과 자연, 그리고 흰색의 사슴, 백록이 등장한다.
“2019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다 살아났다. 병원에서 깨어 났을 때, 살고 싶다는 염원이 간절했다. 2019년 이전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제주의 이야기, 포괄적이고 큰 이야기를 했는데, 2019년부터 나의 이야기, 내가 추구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제주가 나의 근본이자 본향이다. 문자 그대로의 본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제주에서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실린다.
제주에서의 본향은 나 자신 뿐 아니라 나를 만든 모든 것, 예를 들어 부모님, 이웃, 자연환경, 그곳에서 발생했던 사회적 사건들을 포괄하는 의미이다. 우연히 읽게 된 제주 지역 고서에서 사슴이 천년을 살면 청색이 되고, 천 백 년을 살면 흰색, 그리고 천 오백 년을 살면 흑색이 된다는 전설을 읽었다. 한라산의 백롬담도, 신선이 날마나 신령한 백록(흰 사슴)을 데리고 와 물을 먹이는 곳이라 해서 백록담이다. 이 백록을 작품에 등장시켜 본향 속에서 삶에 대한 나의 염원을 나타내는 장치로 삼았다.”
<본향(本鄕)> oil, acrylic on canvas 100.0 x 50.0
작업실에서의 김산 작가
와인의 컬러, 블랙
특별히 이번 아트인더글라스 행사는 그간의 공모전 형식이 아닌 김산 작가를 위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어떻게 이런 콜라보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아티스트가 와인과 콜라보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와인의 경우, 와인을 만드는 와인 메이커들 조차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할 정도로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의 조합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새로웠고 기대가 많다. 와인이 하나의 예술이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림도 화가의 일생과 경험이 녹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와인 한 병에도 수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마다 와인의 맛이 다르고, 향이 다르고. 그런 면에서 와인의 컬러는 블랙이다. 그림에서 블랙은 한 가지 색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화가의 수많은 경험과 스토리를 녹여서 독특한 블랙을 만들어 낸다. 와인 역시, 양조, 숙성, 스토리 등등이 세월, 경험과 함께 녹아져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와인의 컬러는 블랙이라고 하겠다.”
아브루쪼 전경
<본향(本鄕)-청명(靑明)> 앞에서 에디찌오네를 들고 있는 김산 작가
백록, 아브루쪼를 만나다.
이번 아트인더글라스를 위해 김산 작가는 기존 작품 5-6점 외에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백록을 아브루쪼에 등장시키는 새로운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주)와이넬의 대표 브랜드인 판티니의 생산지인 아브루쪼는 유럽에서 가장 자연을 잘 보존한 곳으로 평가되는 아름다운 곳이라 제주와의 유사성도 찾을 수 있다.
“오늘 가지고 온 그림의 제목은 <본향-청명>이다. 24 절기 중 하나인 청명은 농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절기로 농사에는 풀, 물, 그리고 흐르는 물이 필요하다. 특히 제주에서의 청명은 날씨가 흐려야 농사가 잘된다는 말이 있다. 포도 재배에도 자연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탈리아의 아브루쪼를 가보지 못했지만 이 지역에 대해 연구하면 할수록 너무 흥미가 생긴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제주도가 아닌 다른 배경에 백록을 등장시키는 일은 처음이다. 이탈리아 대륙의 척추와 같은 아펜니노 산맥, 특히 가장 높은 봉우리에 만년설을 품고 있는 그란 사소(Gran Sasso)는 마치 한라산과 같은 느낌이다. 제주 어디에서 봐도 항상 한라산이 있는 것처럼 그란 사소의 만년설이 보이는 아브루쪼의 언덕과 백록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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