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를 통해 처음 와린이들을 위해 알.쓸.와.상 코너를 시작했다. 해당 원고들은 유튜브 와인강 채널에서 와인상식이라는 재생목록으로 이미 업로드 된 원고들이다. 28년 전 그 옛날 와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와인 용어만 들어도 머리가 하얗게 되던 시절이 여전히 또렷하다. 외국인이 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배추가 무엇이고 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또 포천 이동 막걸리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포천에 1동과 2동이 있어 포천 2동에서 나오는 막걸리라는 간단한 지명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이번 호부터는 몇 회에 걸쳐 와인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구조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와인 품종과 생산 지역의 특성을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12가지의 레드 와인 포도 품종으로 시작하자.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이번 호에, 시라, 피노 누아를 다음 호에 이야기 해보겠다. 나머지 품종으로는 뗌프라니요, 가르나차라고도 불리는 그르나슈,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진판델, 까르메네르, 말벡 그리고 가메다.

강순필 사진 위키피디아, 강순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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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5대 샤또 와인들의 주품종,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소비뇽은 레드 와인의 왕이라고 불린다.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에서 블렌딩 와인을 만들 때 사용되는 주요 품종이다. 메독과 그라브 지역에 61개의 그랑 크뤼 끌라세 와인들을 만드는데도 주로 사용된다. 보르도의 5대 1등급 그랑 크뤼 끌라세 샤또에 대해서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메독 지역에 위치한 샤또 라피트 로췰드, 샤또 무 똥 로췰드, 샤또 라뚜르, 샤또 마고 그리고 그라브 지역에 위치한 샤또 오브리옹이 이들이다. 이 5대 샤또의 와인들을 만드는데도 까베르네 소비뇽이 주로 사용된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포도를 재배할 때 떼루아의 특성을 잘 타지 않는 품종이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기도 하다. 또한 포도가 굉장히 천천히 오래오래 익어가는 만생종이다. 레드 품종 중에서도 늦게 수확하는 대표적인 품종이다. 그만큼 포도 나무에 포도가 오래 달려 있다. 단감과 홍시를 생각해 보자. 오래 달려 있을수록 단맛이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까베르네 소비뇽의 특성 중 하나가 잼 향이 나는 것이다. 표현할 때는 재미(jammy)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재미하다는 것은 포도 나무에서 그만큼 오래 있었기 때문에 영양분을 그만큼 더 끌어올려 오래 받았기 때문에 홍시의 느낌처럼 좀 더 무르고 좀 더 과숙한 느낌이다.

 

 

샤또 라피트 로췰드 Château Lafite Rothschild

 

장기 숙성의 포텐셜을 제공하는 까베르네 소비뇽

메독과 그라브 지역처럼 자갈이 많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 매우 강건한 품종이다. 자갈이 태양의 열을 머금어 지열을 내뿜음으로 해서 밤의 서늘한 기후에도 따뜻하게 잘 자랄 수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다른 품종들과 블렌딩을 하면 그 와인의 탄닌과 골격을 형성하게 하는 메인 품종이 된다.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라이트한 품종이 메인 품종일 경우에는 까베르네 소비뇽이 살짝 들어가 와인의 전체적인 골격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컬러는 매우 진한 검붉은 색이다. 물론 라이트하게 만든다면 밝은 루비 컬러의 까베르네 소비뇽도 볼 수 있다. 와인의 전형성을 아는 상태에서 컬러를 보게 되면 그 와인의 퀄리티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도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대표적인 아로마는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 블랙 체리다. 그 외에도 말린 서양 자두, 블랙 올리브, 블랙 페퍼 같은 향도 나타난다. 때로는 까베르네 소비뇽에서 피망이나 아스파라거스, 아니면 그린빈 같은 녹색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싱싱한 피망을 코앞에서 탁 터뜨리면 맡을 수 있는 알싸한 스파이시함을 상상해 보자. 비트의 향이 느껴진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삼나무나 제비꽃 같은 아로마가 나타나기도 한다. 커피, 다크 초콜릿, 바닐라 같은 향들은 오크 숙성을 통해서 발생되는 부케로 반드시 포도 품종의 특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와인을 맛볼 때 가장 중요한 미각은 바로 탄닌이다. 탄닌이 가장 기본적인 축이다. 탄닌은 입자 자체가 굵다. 겉이 굉장히 거칠게 된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탄닌이 많은 대표적인 품종으로 탄닌이 강하고 뒷받침되는 산미가 강건한 품종이기 때문에 장기 숙성용 와인으로 많이 사용된다. 미디엄 바디에서 풀바디까지 다양하게 양조가 가능하다.

우주로 간 페트뤼스의 품종, 메를로

다음 품종은 메를로다. 이 메를로 와인의 대명사로는 보르도 우안 뽐므롤 지역의 명품 와인 페트뤼스를 들 수 있다. 지난 2019년 이 페트뤼스는 우주까지 다녀왔다. 14개월 동안 우주에 머물면서 지구의 환경과 우주의 환경에서 숙성되는 정도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2021년 1월 14일 14개월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왔을 때, 전문가들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14개월을 보낸 와인이 숙성이 더 빨리 진행되어 부드러워졌다고 발표했다.

 

메를로 역시 까베르네 소비뇽처럼 떼루아의 특성을 많이 타지 않는 품종이다. 따라서 세계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레드 와인을 만날 때, 이 두 품종이 메인 블렌딩 품종인 것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메독 지역에서도 까베르네 소비뇽의 서브 품종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헝가리나 동구권 국가들에서는 메독 누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보다는 조금 더 일찍 열매가 익는 품종이다. 뽐므롤이나 생떼밀리옹 같은 진흙에 서늘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품종이다. 컬러는 진홍빛이 특성이지만 절제 수확을 통해서 농축미를 끌어올리면 진한 검붉은 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로마는 서양 자두, 체리, 블랙 베리, 블랙 체리, 블랙커런트, 딸기, 허브, 정향, 커피, 담배, 초콜릿 같은 향이 나타난다.

 

보통 메를로의 맛을 표현할 때 ‘부드럽다’고 하는데,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메를로의 부드러움은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부드러움이라는 것이다. 절대 피노 누아와 같은 부드러움이 아니다. 와인은 미디엄 바디에서 풀바디까지 다양하게 양조할 수 있다.

 

 

 

샤또 오 브리옹 Château Haut B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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