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 훈 본지 발행인 사진 및 자료 제공 와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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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와인병에는 예외 없이 라벨 (label)이 부착되어 있다. 이 라벨에 대해 일반 소비자 들은 깊은 관심 없이 그저 와인 생산자가 자기 와인에 대해 기본 정보를 전하고자 라벨을 부착하는 정도로 알고 있다. 실제 라벨은 생산자가 당해 와인에 대해 소비자한테 알리고자 하는 필요적 정보를 전하고자 병의 앞·뒷면에 부착하는 상표를 가리킨다.
와인을 생산하는 거의 모든 국가들은 라벨에 포함될 정보의 내용과 한계에 대해서 법률적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라벨의 내용은 법정 요건이며 정보의 전달의 매체이기도 하다. 라벨에 담아야 할 정보의 개략은 다음과 같다.
• 생산자/브랜드(상표)
• 와인의 생산연도(빈티지)
• 포도의 종(와인 양조에 쓰인 포도의 종)
• 알코올 수준
• PDO(AOC) 와인 산지 등
실제 유통되는 와인병의 앞면과 더불어 뒷면에도 일정한 정보성 문구가 담겨 있다. 이를 가리켜 백 라벨(back label)이라 한다. 이전까지는 대체로 앞면의 라벨이 법정 요건이어서 의무사항으로 처리했으나 시장 경쟁의 격화, 정보의 범람 등으로 점차 뒷면의 라벨에도 생산자가 특별히 전하고픈 정보를 담고자 관심을 갖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참고로 back label은 임의적 성격이나 부분적으로 의무사항의 일부를 백 라벨에 나타내기도 한다.
• 와인의 블렌드(blend), 이에 쓰인 포도종의 비율
• 떼루아의 실제
• 와인 양조와 관련한 특별한 사연
• 생산자가 소비자한테 별도로 알리고 싶은 이야기
• 기타 부식 방지 첨가물(sulfite)과 음주 유해 경고성 등
한 마디로 앞의 라벨에서 담을 수 없던 정보를 보충적으로 뒷면에 담은 경우 소비자들은 당해 와인의 속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해서 백 라벨을 보다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은 생산자의 몫이다. 그리고 라벨(프랑스)과 레이블(영)의 2가지 어휘가 혼용되고 있음도 밝힌다.
Timeless Napa Valley 생산자 David R. Duncan
백 라벨에 매우 특이한 사연을 담은 사례의 하나. 백 라벨의 상단에는 아주 서정적인 시구(詩句)의 노래 가사가 적혀 있다. 사연인즉 이 와인을 만든 David R. Duncan은 생전 아버지 Raymond Twomey Duncan을 매우 존경하고 사랑했다. 둘이 닮은 데가 많았다. 생년월일이 같았고 각기 형제의 서열이 4번째로 같았고 노래, 와인을 즐긴 것도 꼭 같았다.
아들은 이런 아버지한테 85세 생신 기념으로 헌정곡을 준비 했고 제목을 ‘Timeless’라 붙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버지는 이 곡을 듣지 못했다. 생신 2주전에 타계하고 만 것이다. 그 해 가을, 아들은 아버지한테 조의를 표한바 있다. 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며 하나의 와인으로 형상화되었다. Duncan 가족은 2017년 첫 빈티지를 생산했고, 그 후 Timeless Napa Valley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이 와인을 공식 선보였다.
수입사 하이트진로
Don Camillo Terre di Chieti Sangiovese, Cabernet Sauvignon
저녁 식탁에서 판티니 와인 한 잔을 마셨다. 아주 훌륭했다. 다시 라벨을 보았다. Chieti 와인이다. 아브루쪼의 이름난 와인 산지이다. 그리고 백 라벨을 읽어보았다. 바로 그룹 창업자의 한 사람인 Camillo de Luis에게 바치는 헌정의 와인이다.
그가 남달리 제 땅의 산지오베제를 사랑해 국제종인 까베르네 소비뇽과 절묘하게 블렌드 해 빚은 와인이다. 새삼 백 라벨이 소비자한테 던져 주는 의미를 음미할 수 있었다. 백 라벨 헌정의 요지는 이러하다. Camillo가 빚은 와인이 풍부한 아로마, 벨벳같이 부드러운 탄닌감, 궁극에 우아한 맛을 가져다 주는, 깊은 인상의 와인임을 밝히고 있다.
수입사 와이넬
부르고뉴 와인 ‘Madam Veuve Point’의 내력에 대한 백 라벨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에 드물게 마담이 간여하고 세계적 와인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는 ‘Bourgogne Madam Veuve Point’의 내력에 관해 정리하고 있다.
Madam은 부르고뉴의 여성 와인메이커. 그녀 26살에 남편이 타계해 미망인이 되어서도 굴하지 않고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좋은 와인을 빚었다. 1904년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개최된 바 있는 세계 만국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오늘날에도 그녀의 증손녀 제랄린 포인트가 그녀의 증조모의 뜻을 이어받아가면서 훌륭한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백 라벨은 불·영문으로 나란히 실으면서 지난날 이 와이너리의 사연을 알리고 있다.
수입사 동원와인플러스
Wente Artist Series 2021 Small Lot Serenity
웬티 와인의 특별히 변화된 모습의 와인이다. 앞 면의 라벨 에는 화사한 꽃 그림을 올려놓고 뒷 백 라벨에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소감, 그리고 와인 생산자가 의도하는 바를 그대로 적고 있다.
우선 화가는 와인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범상한 것을 비상한 것으로 지향하는 의미를 와인 양조에 비유해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와인은 웬티의 예술 교육 기금으로 쓰일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오늘날까지 많은 와인 생산자가 유명인의 그림을 라벨에 올려 왔지만, 이번 웬티의 케이스처럼 예술 교육 재단 기금으로 이용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다. 두 번째 이 백 라벨에는 와인을 빚은 포도종과 이의 배분율이 함께 명시되어 있다. 소비자한테 와인의 본질과 특성이 어떠한 가를 사실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수입사 샤프트레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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