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저녁은 어떠한 말보다 분위기가 먼저 기억된다. 은은하게 내려앉은 조명 아래 놓인 와인 한 잔에도 특별한 의미가 더해진다. 서울 곳곳의 다섯 레스토랑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소믈리에들이 연말의 빛나는 밤을 위한 ‘가장 로맨틱한 한 잔’을 제안한다. 그들의 시선이 머문 와인들을 하나의 코스로 음미해본다. 연말의 저녁, 당신의 테이블 위에 놓이는 한 잔이 올해의 마지막 기억을 가장 따뜻하게 비춰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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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하얏트 서울 코너스톤 Cornerstone
정통성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이탈리아 다이닝 삼성동을 대표하는 파크하얏트 서울의 메인 레스토랑 코너스톤은 정통 이탈리안 다이닝을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공간이다. 넓게 열린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풍경이 낮고 길게 펼쳐지고, 스톤과 우드 소재의 절제된 마감과 차분한 톤은 호텔 다이닝의 미니멀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곳의 와인을 책임지는 김지현 소믈리에는 밝고 유쾌한 미소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입이지만, 한 잔을 고르는 순간에는 섬세한 감각을 보여준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 여유로운 태도와 부드러운 에너지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INTERVIEW — 김지현 소믈리에
Q1. 로맨틱한 연말을 위해 이 와인을 추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말은 가족뿐 아니라 연인 손님들이 특히 많이 찾는 시기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맛있는 식사와 한 잔의 술로 분위기를 더하거나 여행처럼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고자 레스토랑을 찾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Nino Franco는 로맨틱한 저녁에 잘 맞는 스파클링이다.

특히 Rustico는 날 해산물과 익힌 해산물, 흰살생선 뿐만 아니라 파스타와 피자 같은 밀카루 요리, 치즈류까지 페어링의 폭이 넓다. 크리미한 버블에 풍성한 부케로 로맨틱한 식사의 시작을 부드럽게 열어주는 스타일의 와인이다. 가격대 또한 합리적이어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내는 식사 자리에 여러 음식과 잘 어울리고, 연인과의 식사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스파클링으로 손색이 없다.

Q2. 소믈리에님께 이탈리아 와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이탈리아 와인을 ‘여행’에 비유한다. 코너스톤은 총지배인과 F&B 차장이 모두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들의 지휘 아래 저희는 계절마다 이탈리아를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누어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손님들이 서울에서도 마치 이탈리아에 머무는 듯한 현지의 식탁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자 목표다. 이 여정 속에서 와인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탈리아는 전역이 와인 산지라 할 만큼 생산과 소비가 굉장히 활발하며 식전, 식후주는 물론 식사 전반에 와인을 곁들이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해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의 큰 매력은 품종과 가격, 스타일이 매우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좋은 음식과 함께 다양한 매력으로 늘 새로운 경험과 설렘을 주며, 와인을 통해 각 지역의 개성과 문화에 빠지게 만드는 것 또한 이탈리아 와인이 주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비비노 Vivino
북이탈리아 감성으로 채운 도심 속 작은 세계 논현동 중심부에 자리한 비비노는 신사동에서 와인바를 운영해 온 최준영 오너 소믈리에가 새롭게 선보인 공간이다. 높은 건물들 사이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이곳은 은은한 조도, 클래식한 인테리어, 북이탈리아 바의 정취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직접 공간을 디자인하고 연출한 그는 시간의 속도가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여유를 비비노에 구현했다.

INTERVIEW — 최준영 소믈리에
Q1. 로맨틱한 연말에 이 와인을 추천하신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로맨틱한 와인은 화려하거나 달콤한 잔이 아니라, 서로의 대화를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깊게 만들어주는 와인이다. 잔이 비워지는 동안 천천히 대화가 열리고, 그 여백 속에서 온기를 머무는 와인이 저는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와인들 중에서 제가 로맨틱한 저녁을 위해 추천하는 와인은 Villa Sparina Blanc de Blancs이다. 이 와인이 어울리는 이유는 단순히 분위기를 더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섬세한 균형감 때문이다. 음식과 대화 사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어주며, 입안에 남은 은은한 여운이 대화의 흐름과 함께 잔잔하게 연결되어 로맨틱한 순간을 한층 더 포근하게 감싸준다.


Q2. 이탈리아 와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저에게 이탈리아 와인은 ‘진정성(Autenticità)’ 이다.
이탈리아의 와인은 언제나 자신이 자라온 땅과 바람, 그리고 그 땅을 일구는 사람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알프스의 찬 공기부터 남부의 태양과 화산 토양까지 기후와 지형의 극적인 변화가 그대로 와인의 결로 드러난다. 이탈리아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한 지역의 맛을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복합미 속에서 사람과 풍경이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일이며 결코 단일한 풍미로 정의될 수 없다. 이탈리아 와인은 땅의 기억과 인간의 기술, 그리고 시간의 인내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입체적인 아름다움이며 그 조화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잔 속에 머물고있다.

파티나 Patina
창덕궁을 품은 절제된 이탈리안 다이닝.
종로 구도심의 4층에 자리한 파티나는 ‘페리지’로 알려진 신가영·임홍근 셰프 부부의 두 번째 레스토랑이다. 생면 파스타를 중심으로 한 단품 이탈리안 요리를 보다 대중적이고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레스토랑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창덕궁의 전경은 이곳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가을 단풍과 궁의 고즈넉한 결이 절제된 플레이팅과 자연스럽게 맞물려 파티나의 담백한 이탈리안 요리에 깊이를 더한다.

INTERVIEW — 이성윤 소믈리에
Q1. 로맨틱한 연말 저녁에 이 와인을 추천한 이유는?
마스트로베라르디노 라디치 타우라시는 시간과 기다림이 빚어낸 와인입니다. 알리아니코는 늦가을에야 수확되는 품종으로 오크 숙성을 거치며 강렬함이 부드러운 깊이로 변합니다. 로맨틱한 저녁에 이 와인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깊이감 있는 변화 때문이다다. 처음 잔을 따를 때는 붉은 체리와 장미,라벤더 같은 향이 감각을 깨우고, 시간이 흐르며 가죽, 스파이스, 흙 내음이 차분히 피어오른다. 마치 대화가 깊어질수록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연인들처럼. 식사를 즐기다보면 따뜻한 온기와 함께 겨울 밤의 낭만을 더해주는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Q2. 이탈리아 와인의 의미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이탈리아 와인은 제게 ‘무지개’이다. 끝없는 다양성과 변화가 이탈리아 와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매력들이 조화롭제 어우러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표정을 드러내,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합니다.

더 스테이크 하우스 The Steak House
도시적 세련미 속의 뉴욕 스타일 스테이크 다이닝 여의도 IFC몰에 자리한 더 스테이크 하우스는 국제 금융 중심지의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뉴욕식 스테이크하우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아치형의 높은 천장, 도시적인 바, 샹들리에가 연말 저녁의 무드를 자연스럽게 완성한다.
제2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인 이형택 소믈리에는 촬영 현장에서도 한 잔을 다루는 손길만으로 전문성과 안정감을 드러내는 타입이다. 현재 CJ푸드빌의 주요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를 총괄하며 다양한 다이닝 콘셉트에 맞춘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INTERVIEW — 이형택 소믈리에
Q1. 로맨틱한 연말에 이 와인을 추천한 이유는?
리카솔리 브롤리오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9는 아름다운 루비 빛에 체리, 자두와 같은 붉은 과일과 향신료, 바닐라의 따뜻한 뉘앙스가 이어지며 입안에서는 미네랄리티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볼륨감과 부드러운 탄닌이 균형을 이루며 긴 여운을 남긴다.
커플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 균형감 때문이다. 토스카나는 그림 같은 풍경과 뛰어난 음식, 훌륭한 와인으로 유명하며 이탈리아 내에서도 아름답고 로맨틱한 여행지로 손꼽힌다. 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티본 스테이크와 리카솔리 브롤리오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를 함께 한다면 연말의 저녁을 마치 이탈리아에 여행 온 듯한 로맨틱한 순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Q2. 이탈리아 와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이탈리아 와인은 너무나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어 ‘알매, 알수록 매력적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이탈리아는 북부의 알프스 산맥에서 남부의 시칠리아 섬까지 지역별로 기후와 토양이 매우 다르며, 수천가지가 넘는 토착 품종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품종의 다양성과 지역마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개성, 어떤 음식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수천년 역사가 주는 깊이와 이야기는 알면 알수록 이탈리아 와인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세스타 CESTA
본질에 집중한 불맛과 절제된 다이닝 한남동 언덕 위에 자리한 세스타는 제철 재료를 숯불로 조리해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레스토랑이다. 과한 장식 없이 재료의 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플레이팅과 직선적인 맛의 구조는 세스타가 추구하는 ‘본질에 집중한 요리’를 보여준다.
매장 곳곳에는 연말 장식이 더해져 있지만 그 절제된 표현은 세스타 특유의 미니멀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박순석 소믈리에는 요리사 출신으로 향미·텍스처·열 조리법의 구조를 와인과 연결해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슬로베니아 와이너리에서 포도 재배·생산을 경험한 이력은 그의 분석에 생생한 현실감을 더한다.

INTERVIEW — 박순석 소믈리에
Q1. 로맨틱한 연말에 이 와인을 추천한 이유는?
로맨틱한 연말 저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한 잔의 스위트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셀미 이 카피텔리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다. 하프 보틀 사이즈가 주는 부담 없는 여유에 더해, 와인 자체의 완성도 높은 밸런스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와인은 ‘드링커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카피텔리는 적절한 알코올, 생동감 있는 산미, 사과, 열대과일, 감귤류 향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다음 잔을 부르는 와인이다. 또한 세스타의 화이트 와인 포칭 사과 타르트와 궁합이 뛰어나다. 와인의 달콤함과 디저트의 섬세한 산미가 어우러지며, 로맨틱한 저녁의 마무리를 한층 우아하게 완성시켜준다.


Q2. 이탈리아 와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저에게 이탈리아 와인은 와인을 시작하게 한 ‘출발점’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요리사로 일하던 시절 처음 마셔본 바롤로의 깊이와 구조감,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변화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 경험이 제게 와인의 세계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직접 현지에서 생산 과정까지 경험하며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을 더 깊이 체감했다.
이탈리아 와인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다양성’이다. 이탈리아는 전 국토가 와인 산지라 할 만큼, 지역마다 개성 넘치는 토착 품종과 독자적인 스타일을 고수해 온 나라다. 이탈리아 와인은 알프스 산맥의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세련된 스타일부터,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 아래 완숙한 과실미를 지닌 와인까지 떼루아와 사람의 손길이 만들어낸 산물이자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표현이다. 이 다양성은 언제, 어디서, 어떤 순간에도 어울릴 수 있는 유연한 매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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