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정하는 부르고뉴 쥬브레 샹베르탱(Gevrey-Chambertin)의 탑 생산자 도멘 듀가 피에서 와인메이커이자 오너인 로익 듀가(Loïc Dugat)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영광스럽게도 그의 첫 방문에 매우 중요한 마스터 클라스를 통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왜 전 세계가 도멘 듀가 피의 와인을 ‘듀가 피’라 쓰고 ‘로익 듀가 스타일’로 읽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유를 들어보았다.
글 최정은 사진 Domaine Dugat P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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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가문 듀가, 듀가 피가 되다.
명실공히 현재 부르고뉴 최고의 생산자 중 하나로 꼽히는 도멘 듀가 피는 사실상 1645년부터 부르고뉴의 꼬뜨 드 뉘(Côte de Nuits) 지역의 쥬브레 샹베르탱에서 포도를 재배해 온 유구한 역사를 가진 가문이다. 9세기경 디종의 성 베닌느 수도회가 보유했던 자선시설인 오므느리(Aumônerie)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오므느리의 지하에는 11-12세기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아름다운 돔형의 지하 셀러가 위치해 있는데,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품은 채 현재는 도멘 듀가 피의 와인 셀러로 사용되고 있다.
1645년 쥬브레 샹베르텡에서 포도를 재배하던 위그 볼로(Hugues Bolnot)가 포도밭을 매입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후, 포도밭은 자손들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1923년 이 볼로 가문의 잔느 볼로(Jeanne Bolnot)와 페르낭 듀가(Fernand Dugat)가 결혼하면서 도멘 듀가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1979년 베르나르 듀가가 조슬린 피(Jocelyne Py)와 결혼했고 1994년에는 아내의 결혼 전 성인 피(Py)를 도멘명에 추가하면서 도멘 듀가 피가 탄생했다.
베르나르의 아들이자 가문의 13대인 로익 듀가는 1996년부터 양조학 및 포도재배학 등 다양한 학업과 훈련을 시작했고, 2007년 도멘에 합류,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게 되었다.

로익 듀가, 스타일이 되다.
도멘 듀가 피는 현재 도멘에서 보유하고 있는 약16ha의 포도밭에서 30여 개의 AOP를 생산하고있다. 특히 화이트 와인 생산 비중을 점점 늘려 현재는 생산량의 약 30%가 화이트다. 도멘은 1999년 부터 유기농 전환을 시작해 2015년 100% 유기농 전환을 완료했는데, 바로 이 지점부터 로익 듀가의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기농 전환 과정은 매우 중요했다. 우선 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유기농 전환을 시작했는데, 이는 포도를 생산하는 땅 뿐 아니라 포도밭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존중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기농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와인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로익은 말을 이용한 마경을 시작했고, 포도밭에는 1.8m높이의 말뚝을 박아 덩굴 식물인 포도의 자연적인 습성을 따라 잎을 위로 뻗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신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가지 치기라는 작업자체가 포도 나무에게는 상처를 주는 행동이기 때문에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대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로익은 와인의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과실의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도멘 듀가 피는 꼬뜨드 뉘와 꼬뜨 드 본 모두에서 가장 먼저 수확을 시작한다고.
로익 듀가 스타일은 포도밭에서 멈추지 않는다. 양조 스타일에서도 확연하게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선 아버지가 경영할 때 뉴오크를 100% 사용했다면, 현재 도멘에서는 뉴오크 사용 비율이10-20%에 지나지 않는다.
뀌베별로 앙포라나 테라코타 발효조를 병행해 사용하는데, 이는 각 떼루아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선택이다. 또한 홀클러스터(Whole cluster)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무조건 100%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빈티지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까지 사용하고 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3-4개월간 알코올 발효를 진행한다. 효모가 자연스럽게 발효될 수 있도록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12월인 아직까지도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발효조를 관찰하고 계실 정도다.”

비에이유 비뉴, 트레 비에이유 비뉴
도멘 듀가 피의 와인 라벨에는 비에이유 비뉴 또는 트레 비에이유 비뉴라는 표기가 항상 붙어 있는데 이는 수령이 오래 된 나무라는 뜻으로 로익 듀가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오랜 수령의 포도나무가 가능한 것은 듀가 가문이 오랫동안 묘목 업에 종사해 마샬 셀렉션을 통해 건강한 유전 다양성을 보존한 올드 바인 포도 재배를 이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포도밭의 포도나무들의 평균 수령은 65년이다.
최고령의 포도는 115년에 이른다. 필록세라 직후부터 살아남은 포도다. 이렇게 오래된 수령에 집착하는 이유는 뿌리 때문이다. 포도나무가 수령이 높다는 의미는 그만큼 뿌리를 깊게 내렸다는 것이고 그 뿌리에서 떼루아가 함유하고 있는 미네랄리티 등의 맛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부르고뉴에서는 포도나무가 어떤 떼루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느냐에 따라 와인의 맛이 결정된다. 오랜 수령의 나무인 만큼 마경이나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 오히려 더 건강한 포도를 맺을 수 있다.” 라며 로익 만의 특별한 포도 재배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된 이번 마스터 클라스에서는 클라스 내내 흥미진진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막힘없이 내놓는 로익 듀가를 보면서 참가자들 모두는 현 시점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인 메이커와의 잊을 수 없는 생생한 즐거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시음와인
Pernand-Vergelesses 1er Cru Sous Frétille Vieilles Vignes 2023
Puligny-Montrachet 1er Cru Les Referts Vieilles Vignes 2022
Chorey-Les-Beaune Très Vieilles Vignes 2022
Pommard La Levrière Très Vieilles Vignes 2022
Gevrey-Chambertin Cuvée Coeur de Roy Très Vieilles Vignes 2022
Gevrey-Chambertin Cuvée Coeur de Roy Très Vieilles Vignes 2023
Gevrey-Chambertin 1er Cru Les Corbeaux Tres Vieilles Vignes 2022
Gevrey-Chambertin 1er Cru Petite Chapelle Très Vieilles Vigness 2022
Charmes-Chambertin Grand Cru Vieilles Vignes 2019
수입사 비노파라다이스 02-2278-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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