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정은 사진 임정훈, 권지수
***


Korea Wine Challenge 2024가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18일부터 접수를 시작해, 6월 24일부터 2주간 예선 심사와 결선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와인들이 결정된 것이다. KWC 2024에 총 13개국 622종의 와인이 출품, 트로피 6개, 베스트 오브 컨트리 11개, 금메달 59개, 은메달 119개, 동메달 131개 총 326개의 와인들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는 와인의 품질이 고루 높아져 우열을 가리기가 더욱 어려웠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이어졌을 정도로 고품질의 와인들이 출품되었다.
KWC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선수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는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처럼 이미 산지에서 고르고 골라 한국 시장에 선보인 와인들이라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또한 그 거센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수상하게 된 와인들이 얼마나 치열한 심사를 거쳐 그 자리에 오른 것인지를 눈으로 확인했기에 수상 와인들 모두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수량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하고 뜨겁게 진행된 KWC 2024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또한 와인리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이 직접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확인할 수 있다.
***
Korea Wine Challenge 출품 와인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양적으로 놀랍게 성장했던 와인 시장이 2023년부터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2024년 와인시장에도 한파와 같은 어려움이 찾아왔다. 이를 반영하듯이 KWC 출품 와인도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올해 출품 와인의 개수가 622개로 많이 줄어들어 시장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을 향한 와인 생산자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졌는데, 대표적으로 러시아 와인의 대거 출품이다. 사실상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에 있는 러시아인지라 선뜻 호의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러시아 와인, 특히 러시아 스파클링 와인 카테고리 심사를 시작했을 때, 심사에 임한 모든 심사위원들의 감탄이 쏟아져 러시아 스파클링 와인의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KWC 2024에도 여전히 호주와 칠레에서 많은 와인들이 출품했다. 또한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참여도 두드러졌는데, 특히 산지 별 와인들이 고르게 출품되어 와인 산지, 등급별 카테고리를 분류 심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의 경우, 끼안띠 끌라시꼬 등 특정 DOCG를 따로 심사하고 IGT 등급을 품종별로 묶어 심사를 진행해, 와인의 특징을 잘 살려 심사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예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헝가리, 독일, 그리스 등의 나라가 많이 참여하지 않은 것인데, 이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되며 향후 국내 시장에서 헝가리, 독일 등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지 않은 와인들을 프로모션 할 수 있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 같다.
***

국내 최고의 전문 심사위원단
앞서 현재 파리에서 진행 중인 올림픽을 빗대어 이야기 했는데, 출품 와인들이 각 와이너리들이 엄선하고 엄선해서 출품한 선수들이라면 국내에서는 또 한 무리의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약 2주간 귀한 시간을 할애해 기꺼이 KWC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준 국내의 수많은 심사위원들이다. KWC가 국내의 다른 와인 품평회와는 결을 달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실제 국내에서 소믈리에들로 활동하는 현업 소믈리에들로 구성된 심사단이 심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하루에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60개 까지의 심사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1시 반까지 집중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와인 시음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와인 카테고리 외에는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 100%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의 심사로 와인 카테고리만 보고 그 와인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캐릭터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하봉 소피텔 앰버서더 호텔 식음 총괄이사를 비롯해 총 42명의 심사위원들이 귀한 시간을 내 심사에 참여했으며, 특히 예선, 결선을 고루 참가해 트로피 와인을 선정하는 시간까지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큰 기여를 해주었다.
***
치열한 심사
마침 멀리 프랑스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으니 비유가 쉽다. 출품한 와인들은 심사위원들의 철저한 심사를 통해 예선을 통과, 결선을 통해 어느 정도 베스트 오브 컨트리 등의 윤곽이 나온 후, 마지막 날 KWC의 하이라이트인 트로피 수상을 위한 최종 심사를 치르게 된다. 올림픽 선수들이 예선에서 16강, 8강, 4강을 치르며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처럼, 예선과 결선을 통과해 트로피 자리에 오르기까지 KWC 스태프, 심사위원들, 그리고 와인들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심사를 위해 제출되는 각 4종의 와인들을 잘 관리하고 트로피 심사까지 파손 및 손실 없이 보관해야 하는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예선, 결선 심사를 진행하며 지칠 데로 지친 심사위원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신중하게 심사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KWC의 메달을 나누는 점수표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심사위원들의 거수로 트로피 와인을 결정하는 만큼 트로피 심사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이때 모든 심사위윈들은 같은 와인들을 심사해 각 부문별 최고의 와인들을 선별하는데, 이번 트로피 심사에는 총 16명의 심사위원이 초대되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하여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심사는 각각 레드 트로피, 화이트 트로피, 스위트 트로피로 16명의 심사위원단들이 첫 번째 시음 후 두 개의 후보군을 골라 거수로 와인을 결정하는 시간에 정확하게 8:8이라는 놀라운 비율로 갈라져 서로 바라보며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에 마치 각 와인들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져, 심사를 참관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흥미로운 장면이 없을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
<결선에 참석한 심사위원 16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