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년 중 와인리뷰가 가장 바쁜 달인 6월, 그것도 Korea Wine Challenge의 격전이 펼쳐지는 마지막 주, 한 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손님이 오신다는 반가운 소식에 한 걸음에 종로에 위치한 아트인더글라스를 찾았다. Korea Wine Challenge 2010의 레드 트로피를 수상했던 인페리(Inferi)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명품 와이너리 마라미에로(Marramiero)의 안토니오 끼아바롤리(Antonio Chiavaroli)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글 최정은 사진 및 자료 제공 최정은, 와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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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루쪼의 선구자 마라미에로
2010년 코리아와인챌린지의 레드 트로피 와인으로 선정된 인페리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때까지 이탈리아 명품 와인이라고는 와인 수업에서 배웠던 토스카나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피에몬테의 바롤로, 발폴리첼라의 아마로네 정도 만을 알고 있던 지라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라는 알쏭달쏭한 DOC의 지옥불을 연상하는 듯한 강렬한 레드 컬러의 라벨을 가진 인페리는 그 맛에서뿐 아니라 존재 자체로 너무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라미에로의 설립자인 단테 마라미에로도 이점에 착안한 듯하다. 오랜 기간 이탈리아의 다른 명산지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아브루쪼 지역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1993년 포도 재배자가 아닌 와인 생산자로의 전환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진행했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설립자인 단테 마라미에로는 프로젝트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아들 엔리코 마라미에로와 총괄이사 안토니오 끼아바롤리가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 아브루쪼 자체를 변방의 와인 산지에서 명품 와인 산지로 탈바꿈해 놓았다.
마라미에로는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동쪽의 아드리아 해와 가깝고 내륙으로는 아펜니노 산맥(Apennine Mountains)이 위치해 5월경에는 눈 덮인 설산에서 스키를, 뜨거운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루 동안 모두 체험할 수 있는 환상적인 여행지이면서 대양과 언덕을 보유한 와인 산지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전체 4곳의 포도밭, 총 60ha의 산지를 가지고 있는 마라미에로는 아부르쪼를 대표하는 몬테풀치아노 품종을 비롯해 화이트 품종인 트레비아노와 페코리노 그리고 이탈리아 최고의 스파클링을 만들기 위해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역시 재배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은 연간 70만병에 달하는데, 와인 양조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완전히 병입한 상태로 와이너리에서 보관 후 출고해 균일한 품질의 와인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것 역시 마라미에로의 큰 자부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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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내는 기술
마라미에로는 설립자 단테 마라미에로를 기리기 위해 최고의 와인에 단테 마라미에로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이번 한국 방문을 위해 단테 마라미에로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의 첫 번째 빈티지인 1998 단테 마라미에로를 특별히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안토니오 끼아바롤리는 “최고의 와인은 전통이 아닌 고도의 기술과 다양한 요소들이 만들어 낸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마라미에로의 리저브 급 와인들은 포도 자체의 높은 품질에 더해 다양한 산지의 오크통을 적절히 사용하여 명품 와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날 시음한 마라미에로 알타레 트레비아노 다브루쪼(Altare Trebbiano d’Abruzzo)는 기술적인 요소로 최상의 와인을 만들어 내는 표본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 중 하나인 트레비아노는 헥타르당 5만 kg 이 생산될 정도로 생산량이 많은 품종인데, 마라미에로는 이 품종의 생산량을 헥타르당 6천 kg으로 제한해 생산한다. 당연히 포도 자체의 집중도는 올라간다. 프렌치 오크에서 스킨과 함께 저온 발효를 진행한 후 8~10개월의 배럴 숙성을 거친다. 이때 프렌치 오크 4종과 슬라보니아 산 오크 1종을 사용한다. 각기 다른 오크에서 퀴베로 생산한 와인을 블렌딩 해 맛의 조화를 주었다. 부르고뉴의 최고급 화이트 와인인 몽라셰에 필적할 정도로 우아한 와인이라는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훌륭한 맛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단테 마라미에로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로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한 첫 빈티지 1998과 최근 빈티지인 2013이었다. 무려 30년 가까이 된 와인의 코르크 상태에서 벌써 얼마나 보관이 잘 된 와인인지 알 수 있었다. 2013년 빈티지에는 리제르바 델 폰다토레(Riserva del Fondatore, Riserva of Founder)라는 명칭이 추가로 붙어 있었는데 이는 2010년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리제르바 DOC가 만들어져 추가할 수 있었다. 단테 마라미에로에는 최고의 기술과 노력이 들어간다. 먼저 2년간 각기 다른 배럴에서 스킨과 함께 발효를 진행하고 다른 배럴에 있는 와인들을 합친 후 2년간 뉴오크에서 배럴 숙성을 진행한다. 이후 6년간 병입 발효를 진행한 후에야 출고될 수 있다. 2013년이 최근 빈티지인 이유다. 한 그루당 두 송이 정도를 생산하는 80년 수령의 올드 바인에서 생산되는 포도로만 만들어지는 귀한 와인으로 단언컨데 마라미에로를 대표하는 명품와인이라 하겠다.
수입사 와이넬 02-325-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