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한국 유일의 와인 전문지 Wine Review가 창간 2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아울러 와인리뷰에서 2005년부터 주관하는 Korea Wine Challenge는 21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고 KWC의 현재를 진단하고,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KWC의 시니어 심사위원들과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각기 다른 업장에서 연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심사위원들이기에 일부는 대면, 일부는 전화, 일부는 서면을 통해서 답을 받았고, KWC에 대한 애정이 담긴 고견, 적극적이고, 다양하며, 건설적인 의견들이 도출되었다. 다소 예민한 답변들도 있기에 인터뷰 전면을 싣기보다는 질문에 대한 큰 흐름으로 갈음하려고 하며 향후 KWC 2025를 준비함에 있어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개선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지면을 빌어 연말연시 가장 바쁜 시즌에 KWC에 대한 깊은 애정과 국내 와인 시장에서 소믈리에들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귀한 시간을 할애해 준 10명의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글, 정리 최정은, 심혜미 사진 및 자료 제공 임정훈, 권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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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Wine Challenge는 지난 2005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는다’라는 모토로 시작된 국내 최초의 국제와인품평회다. KWC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꼿꼿이 지켜오는 단 하나의 기준은 심사위원 구성에 있다. 바로 현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믈리에들만이 심사위원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직’에서 실제 소비자들과 접촉하고 그 어느 직군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와인들을 실제 시음하고, 고객에게 추천하며 실제 판매로 이어지게 하는 소믈리에들만이 보다 정확하게 KWC가 추구하는 와인들을 선정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KWC 카테고리 및 수상,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보다 효율적인 홍보 방안에 대하여 심사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내용은 크게 아래의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진다.
1. Korea Wine Challenge 실제 시장에서의 위상
2. KWC 심사위원 구성
3. KWC 카테고리 및 수상
4. KWC 홍보 방안
공신력, Korea Wine Challenge 수상 와인들의 국내 시장 위상
KWC의 진가는 약 50여 명의 심사위원들이 2주간 심사를 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수상 와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KWC의 실제 시장에서의 위상에 대해 질문했을 때, 모든 심사위원들은 KWC 수상와인들의 ‘공신력’을 강조했다. 실제 심사에 참여하는 심사 위원들이 이 대회가 얼마나 투명하게, 얼마나 심도 있게, 그리고 얼마나 전문적으로 진행되는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실제 업장에서도 고객들에게 믿고 소개할 수 있는 리스트라는 확신이 있다.
한 심사위원은 “업장에서 고객들에게 KWC 수상 와인들을 소개한다. KWC 수상 와인들은 결이 다르다. 이미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심사위원들이 심도 깊은 평가를 통해 선별한 와인들이기에 오히려 ‘가성비’ 부분에 서도 훨씬 뛰어난 와인들이 많다.”라며 실제 업장에서 KWC 수상 와인들을 많이 판매하고 있고, 고객들에게도 어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이 느끼기에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가장 쉽고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와인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공신력의 또 하나의 배경은 창간 25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유일의 와인 전문지, 와인리뷰가 주관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KWC의 영향력이 커지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프린팅 매거진으로서의 제한된 홍보보다 더욱 다채로운 홍보가 이어져야 할 것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KWC만의 빛깔, 심사위원 구성
2005년 시작한 KWC가 지금까지 빗장을 걸어두고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는 하나의 특징은 바로 심사위원 구성이다. 현직 소믈리에들로만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오롯이 와인 하나만을 보고 심사를 한다는 것이 KWC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KWC 심사위원들은 KWC 심사위원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으며 이에 따른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다.
또한 KWC의 신규 심사위원들이 되기 위해서는 현역에서 함께 근무하는 심사위원들의 추천이 필수다. 하지만 100% 추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실제 심사에 임했을 때, 숙련된 심사위원들과 경험이 다소 부족한 심사위원 들 간의 실력 차이는 고스란히 와인이 떠안게 되기에 보다 엄격한 신규 심사위원 선정 기준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규 심사위원 추천 시, WSA 등 교육 과정 이수 여부도 매우 중요할 수 있지만, 현직에서의 경력이 몇 년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큰 변별점이라 하겠다. 이번 인터뷰에 참가한 대다수의 심사위원들은 최소 5년, 그리고 10년 이상 현직 소믈리에 경력을 쌓은 심사위원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현직 소믈리에들 외에 다른 직군의 심사위원들 을 섭외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조심스럽다. 현재 시장에서 각 수입업체들마다 숨은 고수들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업체의 숨은 고수들의 참여를 물었을 때, KWC만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되고, 이에 따라 형평성이 유지될 수 있다면 수입업체, 와인전문강사 등의 숨은 고수들의 참여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인플루언서, 미디어 등의 심사위원 섭외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의견으로 10명의 응답자 중 4명은 절대 반대, 6명은 조건부 찬성이었다. 반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명백하다. 지난 20년 동안 KWC 수상 와인들이 공신력을 갖게 된 데에는 실제 현역에 종사하는 전문적인 심사위원들이 뽑은 와인이라는 점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KWC 심사에 참여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KWC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조건부 찬성이라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KWC가 지금보다 더 많이 홍보되고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심사위원단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심사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새로운 직군의 심사위원들을 추가할 경우, 와인을 심사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며, 기존 심사위원들과 시간 배정 및 카테고리 배정 등에 구분을 두어 보다 미디어 친화적인 방향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KWC 카테고리 및 수상
현재 KWC 수상 와인의 수상 목록은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로제, 포티파이드 부문 트로피, 참가국에 따라 수여되는 베스트 컨트리, 금메달, 은메달, 동메 달 와인 등이다. 60% 이상이 해외 직접 참여로 이루어지는 KWC의 특성상, 국내에서 전문 소믈리에들이 출품 와인들에 점수를 부여한 명확한 기준에 대한 피드백을 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 카테고리 항목이 적어 가격 등 일종의 체급 차이가 있는 와인들이 혹여 부당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해 질문을 던진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경우, 해외 와이너리들이 원하는 피드백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있어, 점수 외에 따로 메모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가격에 따라 너무 세분화되어 카테고리가 나눠진다면 오히려 심사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전달했다. 또한 현재의 점수 체계를 보다 직관적으로 수정하여 상대 평가가 아닌 보다 객관적으로 절대 평가가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등을 추천했다. KWC 참가 시 국내 판매 가격에 대한 정보를 묻지 않는 관례상 가격 차이로 인한 품질 차이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기에 심사위원들은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 같은 특별 항목을 추가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기타 경쟁대회와 달리, Best Importer 등의 수상 항목 신설과 관련해서는 KWC 발표 후 수입업체들이 홍보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위해 신설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특히 KWC 심사를 통해 수상와인을 결정하는 데는 큰 역할을 했지만, 업장에서 직접 KWC 수상 와인들을 입고하는 데는 수입사들의 적극성을 필요로 하기에 수입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후 홍보 및 판매를 일으키기 위해 Best Importer 항목은 고려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KWC 홍보 방안
KWC 이후 진행하고 있는 로드쇼 같은 방식의 홍보 활동들은 계속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로드쇼, 와인전시회와 같이 1회 성에 그치는 행사보다는 와인리뷰라는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KWC를 홍보하는 것에 대한 효과가 결코 적지 않음 역시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년간 KWC가 현재와 같은 공신력을 갖게 된 데에는 국내 유일의 와인 전문지 와인리뷰의 지원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또 다른 형태의 홍보 방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심사위원들은 월간 매거진 형태의 와인리뷰와 함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다른 플랫폼을 통한 KWC 홍보 역시 중요하다고 했으며, 가능하다면 이미 잘 알려진 유튜브 인플루언서들과 콜라보를 통해 홍보를 해 나가거나, 이미 인기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심사위원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홍보를 이어나갈 것 역시 제안했다.
또한 와인리뷰가 와인 전문지로서 전문적인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캐주얼하게 KWC 수상 와인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사위원들을 취재하거나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개최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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