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동 인비노 외관

 

대구 와인 애호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인비노가 올해 초 범어동에서 수성구 지산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함께한 코리아와인챌린지 로드쇼 현장과 인비노의 변화들을 들여다본다.

임연수 사진 및 자료 제공 인비노, 임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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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C 인비노 로드쇼 배너

 

공간을 바꾸고 철학을 더하다

2005년 오픈 이래 대구 와인 문화를 이끌어온 인비노가 올해 초 지산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년 가까이 대구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아온 인비노는 단순한 이전이 아닌, 브랜드 철학을 확장하고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재탄생의 과정을 거쳤다. 이번 이전의 중심에는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소믈리에인 대표와 요리사인 아내, 소믈리에로 활동 중인 큰 딸, 그리고 피렌체에서 요리 마스터 과정 수료 후 올해 6월 합류 예정인 둘째 딸까지. 황 대표는 오랫동안 품어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을 지산동에서 내딛고 있다. 또한 황 대표는 오랜 기간 코리아와인챌린지(KWC)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온 인물로, 이번 인비노에서의 로드쇼 역시 그의 전문성과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사된 것이다.

 

인비노가 새로 자리 잡은 수성구 지산동은 조용한 주택가와 숲이 어우러진 곳으로, 여유롭고 따뜻한 와인 경험을 제공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황 대표는 공간을 단순히 이전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이 와인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나누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새로운 공간은 유럽 골목에서 소스를 끓이는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는 작은 레스토랑처럼, 걷다 보면 머물고 싶은 매력을 품고 있다.

 

독채 건물의 구조와 마당, 옥상 루프탑은 와인을 더 자유롭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외관은 파벽돌로 마감해 클래식한 멋을 살리고, 내부는 원목 가구와 부드러운 조명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간 곳곳에는 와인 산지의 지도와 설명이 전시되어 있으며, 화이트 와인 전용 대형 셀러 5대와 특수 제작한 레드 와인 전용 셀러 까지 구비되어 방문객들이 와인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로 체험하도록 돕는다.

 

황 대표는 “와인이 좋다, 사람이 좋다”는 한 문장으로 인비노의 운영 철학을 설명한다. 와인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모여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일상 속에 작은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 인비노는 그런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인비노 황승호 대표 소믈리에

 

 

인비노 KWC 로드쇼 현장(수입사 아베크와인 부스)

 

코리아와인챌린지 수상 와인, 인비노의 새로운 공간을 채우다

지난 2월 27일, 인비노 지산동 이전 오픈과 20주년을 기념해 코리아와인챌린지(KWC) 로드쇼가 열렸다. 이 행사는 단순한 시음 이벤트를 넘어, 대구 지역 와인 소비자들의 취향과 흐름을 읽어내는 기회가 되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KWC 수상 와인 50~60여 종이 소개되었고, 참가자들은 와인을 직접 시음하며 각자의 취향을 발견해 나갔다. KWC 수상 와인 중 황 대표가 특히 애정을 갖고 소개한 제품은 2024년 실버 메달을 수상한 스페인산 레드 와인 ‘Mainetes Crianza Monastrell’이다. 인비노에서도 재구매율이 높고 손님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로, 행사 당일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황 대표는 “대구는 수도권 이외 지역 중에서도 유독 와인 애호가들이 밀집된 도시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 규 모는 아직 크지 않아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라고 전하며, 지역 와인 문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이런 행사들을 통해 애호가와 와인을 연결하는 접점을 넓혀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테이스팅에 참여한 고객들 대부분은 수상 와인의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구매로 이어졌다. KWC의 의미와 품격을 대구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왼)인비노 KWC 로드쇼 현장(수입사 비노에이치 부스) / (오)인비노 KWC 로드쇼 현장(수입사 비노킴즈 부스)

 

와인과 사람 사이, 인비노가 남긴 온기

인비노는 오랜 시간 와인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황승호 대표는 고객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기기를 바라며, 복잡한 설명보다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와인을 소개한다. 이 곳에서는 와인을 잘 몰라도, 좋은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하다. 이러한 인비노의 방향성은 후배 양성 활동으로도 이어진다. 황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수년째 와인 특강과 컨설팅을 꾸준히 이어오며, 외식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 세바시 강연 당시 그는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여기며 즐기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인비노를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손님이 가게를 나서며 “이런 공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해줄 때다. 그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진다고 말하는 황 대표. 인비노는 좋은 와인만큼이나 좋은 사람이 머무는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비노가 전하는 맛과 향의 조화

인비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단연 메뉴와 와인 리스트다. 대표 메뉴인 문어 요리 ‘뿔뽀’는 부드러운 식감과 풍성한 감칠맛으로 와인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인비노의 대표 메뉴로 손꼽힌다. 인비노를 처음 찾는 손님에게도 빠지지 않고 추천되는 인기 메뉴다. 인비노의 와인 셀렉션은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보다는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개성 있는 와인을 엄선해 소개하며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일부 와인은 오랜 시간 셀러에서 숙성 시킨 후 제공되며 숙성 전후의 맛과 향의 차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는 고객에게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와인의 세계를 소개하려는 인비노만의 시도다.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 할 때에도 인비노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다. 해산물엔 화이트, 육류엔 레드라는 정형화된 조합이 아닌 손님의 취향과 메뉴의 풍미에 맞춘 유연한 페어링을 지향한다. 예컨대 채끝등심이나 양갈비 같은 요리에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을 권하는 식이다.

 

덕분에 와인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며 와인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춘 경험이 가능하다. 이처럼 인비노는 메뉴와 와인 리스트, 추천 방식 모두에서 ‘와인을 즐기는 시간’을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고객들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기반이 되고 있다.

 

 

문의 인비노(053-767-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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