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졸레 지역에 위치한 풍차(Moulin-à-Vent)

 

얼마 전 만난 한 와이너리의 대표와 오프더 레코드로 이야기를 하던 중, 은퇴 후 자신의 와이너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미 프랑스에서 한 포도밭을 매입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어떤 지역이냐 물었더니 매우 비밀스럽게 보졸레 크뤼 지역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아직까지 최고의 산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유일한 황금의 땅이라는 것이다. 문득 십 수년 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했던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떠올랐다. 부르고뉴의 명가 루이 자도(Louis Jadot)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루이 자도의 수많은 그랑 크뤼, 프르미에 크뤼 와인들을 오크통에서 그리고 병입 상태로 다채롭게 시음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안내했던 담당자가 라벨을 가린 병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느껴보라고 했다. 수많은 아뻴라시 옹이 있는 부르고뉴의 와인들을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와인잔에서 느껴지는 가넷빛 컬러와 깊은 맛과 향에서 부르고뉴의 프르미에 크뤼 이상의 올드 빈티지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라벨을 오픈했을 때, 함께 동행했던 모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보졸레 10개 크뤼 중 하나인 물랭 아 방(Moulin-à-Vent) 와인이었고 10년이 넘은 올드 빈티지였던 것이다. 보졸레 누보 와인의 명성에 가려져 아직까지 제 빛을 뿜어내지 못하고 있는 보졸레 크뤼 와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투자와 홍보에 발벗고 나선 보졸레의 왕, 조르쥐 뒤 뵈프 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다양한 레인지의 보졸레 크뤼 와인들을 만나보자.

최정은 사진 위키피디아, LVGD

 

***

 

보졸레 AOP

 

보졸레 프르미에 크뤼는 가능한가?

매우 엄격한 원산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특히 보르도나 부르고뉴 같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말하고 있는 산지들에서는 사실상 원산지 호칭 제도인 AOP에 수정 사항이 추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와인의 경직성이냐 자부심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기도 하지만 프랑스이기에 또 납득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 내부에서 이 경직된 AOP 제도의 수정을 간절히 바라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보졸레다.

 

보졸레 누보의 성공에 가려 사실상 역사적으로도 부르고뉴 와인들과 견줄 만큼의 고품질 와인들이 생산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다양한 미세 기후에 따라 리유디(lieux-dits, 특정 밭의 이름을 붙이는 것) 와인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향후 프르미에 크뤼 등극의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특정 리유리 와인들은 프르미에 크뤼 급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모르공의 꼬뜨 뒤 삐(Morgon Côte du Py), 브루이에 삐 쓰 비에이유(Brouilly Pisse Vieille) 등이 있다.

 

 

보졸레 숙성 가능성은?

현재 보졸레 지역은 보졸레, 보졸레 빌라쥬 AOP 외에, 보졸레 화이트, 보졸레 로제까지 다양한 AOP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각각 특색있는 마을로 나뉘어진 보졸레의 10개 크뤼다. 보졸레 누보가 햇 와인으로 수확한 해를 넘겨서 소비해서는 안되는 인식이 있는 반면, 가메라는 품종으로 생산하지만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앞서 언급했던 물랭 아 방의 와인처럼 십 수년을 넉넉히 숙성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와인들이 생산된다.

 

보졸레 10개의 크뤼 중 상대적으로 가벼운 바디를 가진 브루이(Brouilly), 레니에(Rénié), 쉬루블(Chiroubles)은 3년까지 숙성 시킬 수 있는 와인들이다. 또 미디엄 바디에 해당하는 와인들로 4-5년 숙성할 수 있는 보졸레 크뤼들은 꼬뜨 드 부르이(Côte de Brouilly), 플뢰리(Fleurie), 생 따무르(Saint-Amour)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졸레 크뤼 중에서도 풀바디한 와인으로 10년 이상 숙성도 가능한 보졸레 크뤼들은 쉐나(Chénas), 줄리에나(Juliénas), 모 르공(Morgon) 그리고 물랭 아 방(Moulin-à-Vent)이 이다.

 

 

LVGD의 양조장

 

레뱅 조르쥐 뒤뵈프의 크뤼 레인지

보졸레 누보의 세계화로 보졸레 지역의 성공을 견인했던 레 뱅 조르쥐 뒤뵈프(Les Vins Georges Duboeuf, LVGD)도 이제는 누보 뿐 아니라 진짜 보졸레의 본 모습을 세계에 전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보졸레 크뤼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레인지를 통해서 보졸레 와인의 제 모습을 전달한다. 앞으로 소개할 레인지들은 각각 LVGD의 특별한 콜렉션들로 플라워, 시그니처, 도멘 및 샤또, 리유디로 나눠진다.

 

 

 

1. 플라워 레인지

플라워 레인지는 LVGD의 스타일을 처음 접하는 가장 기본적인 레인지다. 모든 와인에 각기 다른 꽃으로 장식하여 아름다운 라벨을 만들었다. 플라워 라인에서부터 보졸레의 각기 다른 AOP를 만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하겠다.

 

AOP Fleurie

특징: 플뢰리는 로마 군단병을 지칭하는 말로 플뢰리 지역은 총 870ha다. 이곳에는 현재 13개의 미세 기후가 등록되어 있으며 각각의 떼루아는 플뢰리의 북쪽에서 남쪽에 이르기까지 매우 독특한 유형의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2. 시그니처 레인지

시그니처 레인지에서는 포도 재배가이자 와인 메이커의 역량과 노하우를 발휘한다. 과실의 맛, 풍부함, 복합성등이 배가 되는 와인을 생산한다.

 

AOP Brouilly

특징: 기존 보졸레 크뤼를 뛰어넘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을 보여준다. 시그니처 레인지는 와인 원산지 본연의 맛과 와인 메이커의 재능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3. 도멘 또는 샤또 레인지

보졸레 지역의 다수의 포도 재배자 및 와인 메이커들과 협업을 하는 조르쥐 뒤뵈프사는 특히 도멘 또는 샤또 레인지에서 협력사들이 자신들만의 역사, 독창성, 독특성 및 생산 품질을 표출하도록 존중한다. 따라서 도멘 또는 샤또 레인지에서 해당 와인들은 자신들의 재능과 떼루아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AOP Juliénas, Château des Capitans

줄리에나스 AOP 중심에 위치한 샤또 데 까비땅. 특히 포도밭 부지 안에 오래된 삼나무가 심겨져 있는데, 이는 이 샤또의 오랜 역사를 증명해 준다. 로마 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던 이 마을에서 장교들의 숙소로 쓰였을 것이라 추정해 샤또 데 까삐땅이라 불렀다.

 

4. 리유디 라인

프르미에 크뤼가 될 만한 산지로 지형 특성이나 역사적 배경에 있어 특별히 인정을 받는 포도원들의 밭의 이름을 라벨에 붙였다. 이 지역의 특별한 떼루아가 표현하는 독특함과 품질이 와인 메이커의 노하우와 만나 매년 빈티지에 반영된다.

 

AOP Morgon, Côte du Py

꼬뜨 뒤 삐는 보졸레 크뤼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모르공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화산 언덕이다. 또한 언덕 위에는 100년 된 참나무가 있어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