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 와인리뷰는 지면으로만 소개되던 글로벌 인터뷰를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램지 와인의 커티스 맥브라이드를 인터뷰했다. 풀영상 인터뷰는 유튜브 와인리뷰 <WineReview>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QR 스캔으로 모바일에서 쉽게 시청할 수 있다. 글 최정은 사진 임정훈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잡아야 마케팅에 성공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MBC 대표 예능 프로인 ‘나 혼자 산다’의 메인 MC전현무도 스스로를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라 자청하며 MZ세대와 코드를 맞추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직관적이고 디지털 네이티브에, 가치 기반 소비를 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새로운 소비자들인 MZ 세대에게 어떤 와인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 와인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를 담아야 할 공간인 라벨에 컬러풀한 엄지 손가락 지문 하나를 떡 하니 찍어 놓은 램지 와이너리의 오너 커티스 맥브라이드를 만나 램지 와인을 잠금 해제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램지 브랜드의 오너인 커티스 맥브라이드는 사실상 689 셀러즈, 서브미션(Submission), 램지 등 총 7개의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는 총괄 오너다. 특히 이번 한국 방문에서 소개한 램지와인은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8년부터 함께한 친구이자 동료인 와인 메이커 켄트 라스무센(Kent Rasmussen)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와인 메이커 켄트 라스무센에 바치는 헌사
램지 와인 라벨에 새겨져 있는 지문은 램지 와인의 와인메이커이자 미국에서 가장 순수하고 시적인 피노 누아를 빚는 것으로 유명한 와인 메이커 켄트 라스무센의 엄지 손가락 지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켄트 라스무센은 어릴 적부터 와인, 특히 피노 누아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 시원한 기후 덕에 피노 누아 산지로도 유명한 카네로스 지역에서 가족이 포도원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켄트 자신이 와인 메이킹을 할 때 처음 시작했던 품종도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다. 켄트는 스스로를 구세계 스타일의 와인메이커로 자청하며 밸런스와 산도를 가진 와인을 만들어 왔다. 로버트 몬다비나 베린저와 같은 미국 유명 와이너리에서도 와인 메이커로 활동했던 켄트는 2008년부터 커티스 맥브라이드와 와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또한 켄트는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부인이자 역시 와인메이커인 아내의 미들네임을 딴 램지 와이너리를 운영해오고 있었다.이에 켄트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커티스가 램지 와이너리를 인수하게 된 것이라고. 자신을 믿고 램지 와이너리를 맡겨준 켄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그의 오른손 엄지 손가락 지문을 라벨에 새겨 넣어 20여년이 넘게 와인메이커로 헌신한 켄트 라스무센이라는 레거시를 남기고 그에게 헌사하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구세계 스타일과 신세계 스타일의 조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켄트 라스무센은 스스로를 구세계 스타일 와인메이커라고 칭할 만큼 와인의 밸런스와 산도를 매우 중요 하게 생각하는 와인메이커다. 그의 이러한 면모는 특히나 샤르 도네와 피노 누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램지의 샤르도네는 대다수 캘리포니아 샤르도네에서 느껴지는 진한 느낌이 아니라 마치 고급 부르고뉴 샤르도네에서 나올 법한 섬세하고 과실향이 풍부하며 기분 좋은 산도가 느껴지는 매우 조화로운 와인이다. 반면 커티스 맥브라이드의 경우, 농도가 진하고 단맛이 느껴지는 신세계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이렇게 큰 차이를 가진 두 사람이 두 개의 와인 철학을 조화롭게 빚어 놓은 것은 램지의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에서 확인할 수 있다. 라벨이 단순하고 눈에 띄는 것에 반해 와인의 맛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니 그것이 바로 커티스와 켄트가 의도한 것이라며 매우 기뻐했다. 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유튜브로 확인할 수 있다.
커티스 맥브라이드는 이미 20년 전부터 홍보를 위해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와이너리들이 80%를 내수로 20%를 수출로 판매하고 있는데 반해 그는 80%를 수출하고 20%를 내수로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해외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램지 와인 역시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떼루아나 미세 기후 정보보다는, 라벨에 품종만 표기하여 품종 그 자체에서 일반 소비자가 기대하는 면을 바로 충족시킬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 냈다. 램지 와인을 MZ(엠지)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비단 라임이 맞아서만은 아니다. 램지 와인의 지문은 맛에 대해, 생산자에 대해, 그리고 와인이라면 응당 가져야 하는 품질에 대해 이미 보장되어 있는 확신의 엄지척이다. 조지 클루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What else?(뭐가 더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