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더미에서 바늘찾기랄까? 전 세계 65개 참가국에서 4,200개사가 출품, 42,000명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프로바인에서 한국어로 쓰인 전단물을 우연히 받아들 확률은 얼마나 될까? 유럽 한복판인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와인 및 주류 비즈니스 박람회 프로바인. 말로만 전해 듣던 세계 최대 와인 박람회에서 하루 2만 보 씩, ‘행복한’ 행군을 하며 전시를 둘러 보던 중, 독일 와인 산지 중에서도 지명이 익숙한 라인가우 협회 부스에서 바늘을 찾고야 말았다. 바로 김치 담그는 와인 메이커 로버트 부름이 만드는 바인굿 부름.
글 최정은 사진 바인굿 부름, 와인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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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하나의 철학, 바인굿 부름
바인굿 부름의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로버트 부름은 비즈니스 맨으로 피곤한 일상을 보내던 중, 과감하게 사장직을 내려놓고 독일 최고의 와인 산지 중 하나로 전설적인 로렐라이 언덕과 가까운 라인가우에서 2014년부터 자신의 꿈인 와인을 시작해, 현재는 독일 최고의 와인 가이드 북인 Gault & Milau에서 포도송이 2개를 받을 정도로 인정받는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30여년 전인 93년 한국의 연세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인 스승에게 검도를 배워 총 3년간 한국에서 지내, 겉모습은 독일인이지만 영혼은 한국인이라 자청하는 로버트 부름의 한국 사랑은 한국의 인장과 닮아 있는 바인굿 부름의 로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튜브 와인강 채널 바인굿 부름
라인가우 최고의 리슬링
라인강을 향해 길게 깍아지른 듯한 가파른 절벽에서 딱딱한 점판안을 뚫고 뿌리를 내리는 리슬링은 떼루아의 깊은 맛을 끌어내 와인마다 독특한 미네랄리티를 자랑하며 라인가우의 천혜의 조건과 함께 최고의 화이트로 생산된다. 현재 국내 최고 독일 와인 전문가인 와인강 강순필 대표를 통해 소개 되고 있는 바인굿 부름의 와인들은 총 세가지로 부름 리슬링 파인헤릅, 부름 리슬링 트로켄, 부름 리슬링 카비네트다. 리슬링은 청사과, 복숭아, 살구 등의 상큼한 과실향을 가지는 품종으로 특유의 산뜻한 산미가 입안을 청량감 있게 만들어 주고 식욕을 돋궈 한식과도 최고의 매칭을 보여준다.
리슬링 파인헤릅
리슬링 트로켄
리슬링 카비네트
대한외국인 K-Food 전도사, 로버트 부름
로버트 부름은 스페인 출신의 아내와 함께 작은 레스토랑 및 쿠킹 클래스도 열고 있는데, 주로 아내가 스페인 전통 빠에야를 만들지만 직접 김치를 담궈 제주 흑돼지와 가장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곁들여 한식을 선보인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3개의 리슬링은 물론 슈패트부르군더라고 불리는 피노 누아와 로제 와인까지 한식과 완벽하게 매칭된다.
직접 담근 김치로는 한국의 두부 김치 느낌의 김치 프라이(프렌치 프라이에 볶은 김치를 곁들인 음식) 그리고 로제 와인을 매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치를 어떻게 만드냐는 물음에 “맛있는 김치를 만들려면 좋은 고춧가루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새우젓이다. 나는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베트남 산 피시 소스도 사용한다. 그 세 가지면 충분히 맛있다.”라며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식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하루 속히 그의 다른 와인들도 국내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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